[기획] "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 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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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 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세종 문화예술 도시 도약, 갈 길 멀다-상]
재단, 조치원 문예회관 대관 제한 안둬 '만석'
문화예술의전당과 민간 공연장도 그림의 떡
시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에 시스템 못따라가
"지역 문화시설 활용… 예술인재 키워나가야'

  • 승인 2026-08-11 16:26
  • 수정 2026-08-12 10:45
  • 신문게재 2026-08-12 1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세종시의 문화예술 인프라 부족과 비효율적인 대관 시스템으로 인해 지역 예술 지망생들이 무대를 찾지 못하고 인근 도시로 원정 공연을 떠나는 실정입니다.

세종문화예술회관 등 기존 시설이 공연 외 일반 행사 위주로 운영되고 주요 문화시설 건립마저 재정난으로 지연되면서, 도시의 성장 속도에 비해 문화적 기반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 인재 육성과 시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공연 분야를 특화한 대관 기준 마련과 실질적인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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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예술의전당 대극장 내부 모습. 지역 예술인과 미래 지망생들에게 굳게 닫혀 있는 공간이다. 다른 대체 공간도 마땅치 않다. 조치원 문화예술회관 역시 대관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고, 민간 시설을 이용하자니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사진=세종시문화관광재단 제공)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세종 문화예술 도시 도약, 갈 길 멀다]

상. 시설 대관 그림의 떡, 타 지역 '원정 공연' 전전

중. 재정난에 문화시설 건립 지연… '즐길 곳'이 없다

하. 시민 모두가 향유 하는 문화시설로 나아가야



세종시 문화예술계 지망생들이 원정 공연장을 전전하고 있다. 출범 14년 차를 맞이한 세종시에서 이들의 미래를 지원할 인프라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중학교 3학년 A 양은 초등학교 4학년, 11살의 어린 나이에 비교적 일찍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았다. 사설 학원에 다니며 재능을 키워가던 그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하루하루 꿈을 향해 매진하며 공연을 준비해왔지만, 정작 지역 무대에 설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선보이는 정기 공연의 대관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지난 5년 내내 세종지역 무대에 오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지망생 동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결국 A 학생을 비롯한 꿈나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근 공주나 대전으로 원정 공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도시 경쟁력과 직결되는 세종시 문화예술 정책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한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문화예술 활성화와 인재 육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시스템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5년부터 한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문화 콘텐츠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세종시의 정책 방향과도 역행하는 모습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걸림돌로는 '대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830석 규모의 조치원 세종문화예술회관의 대관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6개월 전부터 신청 가능한 정기 대관과 수시 대관 절차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약이 꽉 차 쉽지 않다.

세종문화예술회관 전경
조치원 세종문화예술회관 전경. 지역 문화예술인이나 지망생들의 공연 발표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사진=세종시문화관광재단 제공)
가장 큰 문제는 문예회관의 대관 기준이 문화예술 행사로 국한되지 않고 모든 대상에 열려 있다 보니 대부분 '만석' 상태라는 점이다.

시민의 문화 향유를 위한 공간이 정작 공연장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은행권 총회나 보육기관 발표회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조치원 문화예술회관을 관리 운영하는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시설 대관 기준과 관련해 "별다른 사용 승인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대관을 요청하는 기관이 사설인지, 공공기관인지에 따라 대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교 활동이나 광고·판매 행위, 정치적 목적, 시설 훼손이 우려되는 경우만 제외하곤 모두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메일 접수를 통해 대관 신청이 몰리는 경우, 대관 심의 절차를 통해 선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문화공연을 위한 시설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는 "정기 대관은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심의를, 수시 대관은 재단 내부에서 심의 절차를 각각 거친다"면서 "지난 2023년 재단이 시로부터 시설을 위탁받기 전부터 대관 업무를 운영해왔던 만큼 민원이 예상돼 기준 변경이 어려웠던 점도 있다. 차라리 공연 분야를 특화해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세종문화예술회관
조치원 세종문화예술회관 공연장 (사진=세종시문화관광재단 제공)
현재 지역 대표 공연장인 나성동 '예술의전당'은 지역의 전문 공연예술 단체를 중심으로 대관을 허용하고 있는 데다 외부의 유명 공연 위주로 운영돼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있다. 예술의전당 옆 소극장 건립 계획은 지연 상태에 있고, 사설 공연장인 '비오케이 아트센터' 역시 규모 등에 있어 대관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인근 공주문예회관과 대전 중구 소극장 아트홀 등의 경우 세종지역 학생들에게 대관을 적극 허용하고 있어 시와 재단이 문화 공연 활성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선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로 인한 피해가 문화예술인을 꿈꾸는 학생 개인의 영역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 인재 육성의 싹을 틔우는 시스템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역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내놓는 '(가)소극장 조성' 공약들은 허언으로 돌아오고 있다.

A 양을 예술 지망생으로 키우고 있는 학부모 B 씨는 문화예술 인재 육성에 앞장서야 할 세종시의 정책적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장학금 등을 지원받는 체육 분야에 비해 문화예술 지망생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부족하다"라면서 "연 1회 정기공연을 지역 무대에 서지 못하고 타 지역을 전전하고 있는 현실인데, 문화시설을 추가로 확충하자는 것도 아니고 있는 시설이라도 마음 편하게 이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
세종=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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