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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활동인 만큼 엄격한 책임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지방의회의 국외연수는 과연 없어져야 할 대상일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도시정책과 행정 사례, 통계와 연구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시민의 세금을 들여 해외 현장을 방문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자료를 통해 접하는 도시와 직접 걸어본 도시는 같을 수 없다.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가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행정의 철학이 오랜 시간 축적돼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같은 도시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시민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면 자료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보도의 폭과 경사, 횡단보도의 위치, 대중교통 환승 방식, 공공시설의 동선과 이용 행태 등은 사진이나 통계만으로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요소다. 직접 걷고 보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지방의회의 국외연수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선진 도시의 우수 사례를 보고서로 접하는 것과 현장을 직접 찾아 교통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공공간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발견한 작은 차이 하나가 지역의 정책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국외연수가 의미를 가지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 현안과 연계된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누구를 만나 무엇을 보고 어떤 부분을 배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연수 이후에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정책적 시사점을 얻었는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를 다녀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활용했느냐'다.
해외의 좋은 사례를 보고 감탄하는 것으로 연수가 끝난다면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의미를 찾기 어렵다. 반대로 지역의 교통, 복지, 관광, 환경, 도시재생 등 현안과 연계해 필요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우리 지역의 여건에 맞게 검토한다면 국외연수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과 조례, 예산에 반영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해외 현장 역시 하나의 학습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해외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여건과 시민들의 요구에 맞는지를 따져보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의 비판과 우려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외연수가 관광성 일정으로 비치거나 연수 목적과 실제 일정이 동떨어진다면 개선해야 한다. 방문기관 선정부터 일정 구성, 비용 집행, 결과 공개까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외연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책임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떠나는 만큼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더 엄격하게 연수하며, 그 결과를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연수에서 얻은 경험이 실제 의정활동과 정책 검토로 이어졌는지도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국외연수는 관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일부 부적절한 사례만을 이유로 모든 현장 학습의 기회까지 동일하게 바라볼 필요도 없다. 핵심은 국외연수라는 수단 자체가 아니라 그 목적과 과정, 그리고 결과에 있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고 해서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까지 모두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보고 듣고 비교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여전히 정책을 만드는 중요한 학습 방법이다.
지방의회가 해외 현장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먼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돌아온 뒤에는 무엇을 배웠고, 우리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떠난 만큼 시민에게 돌아오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어디를 다녀왔느냐'보다 '무엇을 배웠느냐',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철저한 준비와 투명한 공개, 지역 현안과의 연계, 그리고 실질적인 정책 활용이 뒷받침된다면 지방의회의 국외연수는 단순한 출장이나 견학을 넘어 의정활동을 위한 하나의 '현장 학습'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의 국외연수를 둘러싼 시민의 비판과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필요한 배움의 기회까지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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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붕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