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속도의 중요성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속도의 중요성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 승인 2019-04-22 08:2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정호 교수
이정호 교수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성공의 법칙이 있다. 그것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에 공급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글로벌 전자업체 중 드물게 부품과 완제품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갖춘 삼성전자는 이 점에 있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가 스크린 결함 논란과 5G 품질 불만 속에도 예정된 스케줄대로 미국에는 이달 26일부터, 유럽에는 다음 달 3일부터 정식 출시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가 막을 올리기 시작한 지금,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시장의 선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주목을 받으면서 후발주자들과 경쟁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 전까지 삼성전자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 이미 선두주자가 선점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 선두를 따라잡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수많은 기업도 선두주자 추격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주자 애플의 추격자였던 삼성이 택한 것은 콘스탄티노스 마키데스(Constan tinos Markides) 교수가 얘기한 '신속한 2등(Fast Second)' 전략이었다. 앞서가는 선두주자보다 더 빨리 혁신을 수용하고 시장표준을 신속하게 장악하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제 애플의 추격자에서 선두주자로 비상하게 되는 비밀에는 바로 '속도'가 있었다. 이병철 회장에서 시작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속도경영'은 삼성전자의 DNA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방침이었다.

MS의 빌 게이츠도 속도를 매우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속도'를 넘어 '생각의 속도'를 높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를 중요시하는 경영방침으로 삼았다. 시장에서 경쟁자에 앞서가기 위해서 제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물리학에 ‘E=1/2mv’라는 운동에너지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을 기업경영에 비유하면 에너지(E)는 기업의 경쟁력, 질량(m)은 회사 규모, 속도(v)는 시장에 반응하는 속도를 뜻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회사 규모에는 정비례하지만, 시장에 반응하는 기업의 속도에는 제곱 비례함을 의미한다.

국가 경영에도 속도는 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약 800년 전, 칭기즈칸은 많아야 100만 내지 200만에 불과했던 몽골 유목민을 이끌고 100배에 이르는 아시아, 유럽, 이슬람 3대 문명권의 1억 또는 2억명을 정복했다.

백 배가 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속도를 강화하지 않으면 절대 그 같은 정복은 불가능했다. 칭기즈칸은 속도를 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경량화, 간소화, 휴대화했다. 몽골 군사들의 신기에 가까운 마상술(馬上術), 가볍지만 알찬 비상식량인 보르츠(육포), 갑옷 대신 옷 안에 일종의 스프링만 있는 허름한 군복도 속도를 중요시 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이런 몽골군대에 비하면 적의 군대는 정착민 군대로 '농부 군대'나 다름없었다. 속도에서 절대 우위를 점한 몽골군대는 거짓 후퇴하면서 적을 유인한 뒤 갑자기 돌아서서 공격하는 기습 전략과 매복 전략에 능했다. 기동력을 이용해 적의 중심부를 집중 공격하는 '송곳 전략'으로 적의 진영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릴 수 있었다.

최근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재벌 가문의 후손들에게는 인기나 재물이 그들에게 너무 무거웠을지 모른다. 성범죄를 포함한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된 권력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권력의 무게가 버거웠음이 틀림없다.

살 같이 흘러가는 이 속도의 시대에,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인기나 재물, 권력의 무게에 짓눌리느니 이들의 무게를 좀 더 경량화하고 간소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나성동 '도시상징광장'서 매주 릴레이 축제
  2. 이종수 미술관 건립 '빨간불' 정부 사전평가 또 고배
  3.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 참가기업 모집
  4. [사이언스 칼럼] 4개의 사과 이야기
  5.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 키오스크 등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1. 대전둔산경찰서-서구청, 둔산동 클린화 캠페인 진행
  2. 거점국립대 교수 시국선언 "의대 정원 합리적 조정을"
  3. 학생 안전관리에 학부모 민원까지… 교사 현장체험학습 '이중고'
  4. "가뜩이나 어려운데…" 식당서 먹고 튀는 '무전취식' 횡행
  5. [포토]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주민자치, 지방시대 실현의 필수 조건"

헤드라인 뉴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솔했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혹평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선 찬성하며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모든 현안에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202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 시리즈(PMPS)' 시즌1 파이널 경기가 10일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대전드림아레나)에서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이번 경기는 앞서 3월에 개최된 시즌0에 이어 본격적인 프로시리즈가 시작되는 경기로, Beyond Strotos Gaming, Dplus 기아, 덕산 ESPORTS, Eagle Owls, emTex StormX, 젠지 Esports, IFYOUMINE GAME PT, 미래앤세종, 농심 RedForce, ROX, ANGRY, FOCUS, INFINITY, Join uS, VEGA ESPOR..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50대 음식점 사장이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중구 오류동에서 도시락과 토스트 전문점 '나두나두'(NADU NADU)를 운영하는 김은주(51)씨다. 김씨는 얼마 전 중도일보 유튜브 '곽성열의 판 깔아드립니다' 생방송 중 댓글 이벤트에 당첨된 당첨자 이름으로 손수 만든 도시락을 중구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무료로 주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았다. 김씨가 전달한 도시락은 흰쌀 밥에 국, 일곱 가지 반찬이 곁들어져 있어 든든한 '한 끼'로서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