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19도 복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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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19도 복기하자

  • 승인 2020-03-17 10:06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두뇌 스포츠인 바둑에서 중시되는 것이 있다. 대국에 돌입했을 땐 처음으로 포석을 마주하게 된다. 포석이 좋고 나쁨에 따라 중반전의 싸움이나 집 차지에 있어 영향을 받는다. 즉 대국의 형세가 좌우된다. 수순이 진행되어 반상에 돌이 많이 놓일수록 집의 경계를 두고 흑-백 간 충돌이 거세진다. 싸움이 거칠어질수록 변화도는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변화도에서 최선의 수순을 찾는 능력이 수읽기다. 수읽기가 정확하지 않다면 전투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수읽기는 사활을 다투는 수상전에서 그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살아있는 돌이 죽거나 잡을 수 있는 대마를 살려주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한판의 대국은 끝내기를 통해 흑-백 간 집의 경계를 확정하며 종료하게 된다. 프로바둑에선 반집을 다투는 경우가 허다하다. 까짓것 한두 집이라고 최선의 수를 등한시하면 유리했던 판세를 망치며 어이없이 역전패하기도 한다. 현대 바둑에서 끝내기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린 기사는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 9단은 중반부터 자신과 상대방의 최선의 수를 국면에 투영, 누가 반집이 유리한가를 계산했다. 이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계산력으로 '수읽기가 신의 경지'라는 신산(神算)이라고 불렸다.

한판의 대국은 이로써 승패가 갈리며 종국 하게 된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승부가 결정 난 후 더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복기다. 둔 수가 정수였는지 악수였는지, 더 좋은 수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력향상의 지름길로 불리며 특히 동호인에게 권장된다. 복기와 관련 이창호 9단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스승 조훈현 9단의 자택에서 숙식하며 배우던 내 재자 시절, 대국을 둔 날에는 딱, 딱 복기하는 바둑돌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 집사부일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세돌 9단이 출연해 관심 깊게 시청했다. 프로그램에서 단연코 화제가 된 것은 이세돌 9단의 지도 다면기 10판에 대해 척척 진행된 복기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수뿐 아니라 상대방이 둔 돌의 위치와 순서를 모조리 기억하자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경이롭다"라며 감탄을 자아냈다.

복기의 중요성은 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요청을 한 국가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들은 신속한 검진, 투명한 일 처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참여 등을 주목했다. 여기에 더해 메르스, 신종플루 사태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전염병에 대한 방역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손꼽았다.



즉 복기의 과정이 훌륭했기 때문에 판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모범적 국가라고 원더풀을 연발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코로나19에 승리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승리 후 철저한 복기로 또 도래할지 모르는 전염병에서는 더 나은 대처를 기대한다.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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