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한국에서 태어난 게 죄인가요…"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한국에서 태어난 게 죄인가요…"

대전지역 44명 파악… 더 많지만 신분 숨기고 살아 찾기 힘들어
부모의 불법체류 신분 때문에 외국인등록, 출생신고 하지 못해
기본적인 의료 지원조차 제외돼… 지역 의료진 발벗고 나서기도

  • 승인 2022-12-04 17:29
  • 신문게재 2022-12-05 4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4. 사회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미등록 이주 아동들

뒷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엄마가 아파도 참아 달라며 제 앞에서 울었어요. 돈이 없대요. 제가 아프면 엄마 마음이 더 아파요."

올해 12살이 된 현우(가명·대전 동구)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신세다. 현우의 부모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로, 비자 기한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일을 하는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현우는 베트남 대사관과 한국으로부터 출생신고를 거부당했다. 건강보험제도 상 미등록 이주 아동은 체류 자격으로 인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다. 외국인 의료 수가까지 적용되다 보니 치료비가 한국 국적을 가진 일반 국민보다 최소 2배 이상 내야 한다.

현우는 "어떤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그러니까 왜 남의 나라에 와서 고생하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요"라며 "저는 한국인 이름을 가지고 있고 친구들은 다 한국인인데, 저는 그럼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고 질문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국내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와 의료 혜택에서 배제되면서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한국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못하고, 체류 자격으로 인해 건강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취재 결과 대전 지역 미등록 이주 아동은 44명으로 확인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을 들킬까 봐 부모와 함께 숨어버렸을 가능성이 커 현재 정확한 실태 파악은 어려운 상황.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서 낳거나 데려온 자녀다. 불법 체류 신분으론 외국인 등록이 어렵고, 현행 가족법상 외국인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 불리고 있다.

현재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한 아동은 출생신고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국은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한다는 UN아동권리협약에 가입돼 있어 유엔 산하 위원회는 8차례 정부에 관련법 조항 마련을 권고했지만, 입법화 움직임은 더딘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동만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의료 지원에서 차별받고 있다. 치료비 부담과 신분 노출 위험으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자 지역 의료진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녹색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의료비 지원 사업을 2021년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대전에서도 대덕구의 한 치과에서 해당 사업에 동참해 현재까지 21건의 치료를 도왔다. 매 의료비의 80%는 후원기관인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 20% 해당 의료기관에서 지원한다.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 봉사 단체에서도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역 치과·내과·한방·외과 등 의료진들로 구성된 해당 단체는 치료가 필요한 미등록 이주 아동 무료 진료와 예방접종, 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아이들의 의료권을 보장하고 있다.

송주희 대전외국인 주민 통합지원센터 팀장은 "2021년부터 해당 봉사 단체로 10명의 아이를 연계했다. 최근에는 단체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해주기도 했다"라며 "남모르게 아이들을 돕고 있는 의료진이 많다. 이들은 부모의 잘잘못을 떠나 아이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천안시, '백석마을아이파크' 서북구 제43호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3. 대전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무너진 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4.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중국전서 반전 노려야…비에 경기 지연 변수
  5.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1. 캠핑장서 아내 친오빠를 흉기로 살해한 40대…징역 16년 확정
  2. 장종태 "고속도로 안전순찰차 운영 실태 점검 필요"
  3. 천안문화재단, 10월 2일 흥타령춤축제서 '2026 대한민국 무용대상' 본선 개최
  4. ㈜엘림축산, 천안시 중앙동 취약계층 건강식품 후원
  5.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 천안지역 취약계층 육아용품 후원

헤드라인 뉴스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 과제로 통합을 추진했던 충청권 대학들이 잇따라 통합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가 통합 협상 중단을 결정하면서 글로컬대학 지원금 환수 절차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통합신청서 제출이 부결된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향후 사업 추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충남대 등에 따르면 충남대와 국립공주대는 글로컬대학30 선정 이후 통합을 주요 혁신 과제로 추진해왔다. 양 대학은 통합을 기반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대전·충남의 산업 기반을 연계한 지역혁신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를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고강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말에 연장해서 금리 인상기 차주 리스크에 '범퍼'를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햇살론,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정책 모기지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금리 상품 공급을 확대해 변동 금리 리스크 노출을 줄이고, 연체 이전 단계에서 상환 부담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대전경찰이 수사 기능 강화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치매노인 실종과 순찰·범죄예방 등 기존 생활치안 수요도 늘면서 인력 운용의 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올해 수사인력 보강 상당 부분이 신규 충원이 아닌 기존 치안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수사권 개편 대응뿐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현장 치안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두고 지휘부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백동흠 대전경찰청장은 올해 4월 취임 당시 각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