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선의로 시작한 정책은 교실에서 완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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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선의로 시작한 정책은 교실에서 완성돼야 한다

학생을 중심에 두는 IB 프로그램이 던지는 교육적 함의
박진선 대전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

  • 승인 2026-02-19 17:20
  • 신문게재 2026-02-2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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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선 대전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
학교의 아침은 여전히 분주하다. 종이 울리고, 교실 문이 열리며, 학생들은 각자의 시간표 속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그 분주함 이면에는 요즘 교사들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질문 하나가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고등학교 현장에는 학기제 과목 운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에도 평가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병기된 성적표, 수행평가의 부담과 수능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교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수능지옥 아니면 수행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선의로 출발한 정책이 현장에서는 또 다른 긴장과 경쟁을 낳고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교육 정책을 실행하는 견해에서 이 질문은 전혀 가볍지 않다. 교육과정과 수업, 학교 내신 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단절된 채 작동하고 있다. 지금의 평가가 과연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비추고 있는지,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다음 세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분명하다. 정답을 빨리 고르는 능력보다 끊임없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타인과 협력하며,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는 힘이다. 저출생·고령화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를 감당해야 할 아이들에게, 여전히 공정성과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과 긴장을 유지하는 상대평가 중심의 내신과 객관식 선다형 위주의 수능 체제가 유효하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대안 중 하나가 바로 IB(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이다. 교육과정과 수업, 학교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IB는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하나의 참조점(Reference Point)'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 지역 교육공동체에서도 IB 프로그램 도입에 관한 관심과 요구가 꾸준히 높아져 왔다.

대전교육청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해 2024년 IB 프로그램을 전면 도입하고, 2025년부터 탐색학교 12교와 관심학교 3교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같은 해 5월에는 IB 본부와 협력각서를 체결해 향후 5년간 안정적인 도입과 운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도입 초기부터 연수와 워크숍을 확대하며, 제도보다 이해와 공감을 먼저 쌓고자 했다.

특히 2025년 1월, IB를 이미 운영 중인 11개 시도교육청과의 업무협약은 공교육 속 한국어 기반 IB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증학교 방문과 수업 참관, 우수 사례 공유는 '이상'이 아닌 '실제'로서의 IB를 체감하게 했다.

2026년 대전교육청은 운영학교를 20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학교 수의 증가가 아니라, 교실 수업과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 혁신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다. 3년 연속 전국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최우수 성과를 거둔 대전의 교사들은 이미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교수학습 설계와 실행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교육은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IB 프로그램이 대전의 모든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의 주도성과 학생의 주도성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교실을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점수보다 질문이, 경쟁보다 성장이 더 오래 기억되는 교실. 그 교실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의 미래를 온전히 꿈꾸게 될 것이다.
박진선 대전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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