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선관위 개혁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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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선관위 개혁이 어려운 이유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26-08-24 16:34
  • 신문게재 2026-08-2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풍경소리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2026년 8월 들어 국민의힘 주진우, 김은혜 의원이 잇달아 폭로한 선관위 투표자 수 입력 의혹은 단순한 실무 착오 차원을 넘어선다. 주진우 의원은 8월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21대 대선 당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 2동 일부 투표구가 11시간 연속 100명, 200명 단위로만 증가하고, 오산 남촌 1 투표구가 1시간 259명 증가 후 3시간 동안 0명을 기록하는 등 전국 109곳의 비정상 패턴을 공개했다. 이어 로그 전수조사로 22대 총선·21대 대선·6·3 지방선거에서 집계 시각보다 1시간 30분 이상 앞서 입력된 '타임머신 조작' 117곳과, 6시간 동안 증가 수가 완전히 일치하는 '쌍둥이 투표구' 5쌍 10곳을 추가로 밝혔다. 김은혜 의원은 지방선거 당일 진천·김포 과다 입력에 중앙선관위가 "의혹을 살 수 있으니 다른 투표소에 나누어 입력하라"라는 엑셀 지침을 하달했다고 폭로하며 의도성·구체성·반복성을 갖춘 명백한 조작 범죄로 규정했다. 실제 선거 당일 전국 56개 선관위가 72건을 수정 보고했고, 경남 사천은 1만 5634명이 1만 9631명으로 바뀌었으며 서울 427곳 중 337곳(약 79%)에서 현장 집계와 개표 수치가 어긋났다.

이 같은 의혹이 반복돼도 수사나 조사가 어려운 원인은 선관위와 사법부와의 오랜 유착에 있다. 1963년 중앙선관위 출범 이후 62년 넘게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시도 위원장은 지방법원장이, 시군구 위원장은 지원장·판사가 겸직하는 '판사 겸임' 체제가 이어져 왔다. 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자가 곧 사법부 구성원인 구조 속에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반복 기각될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진우 의원이 특검 발족을 촉구하며 "법원의 영장 기각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한 발언은 선관위 수사의 성패가 결국 같은 법조 울타리 안에 있는 법원의 판단에 좌우된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상임·비상근 명예직임에도 상당한 고정 수당이 지급된 사실도 감사원 지적과 국정감사로 반복 확인됐다. 공명선거 추진 활동비(위원장 월 290만 원, 일반 위원 월 215만 원), 출석 수당(15만 원), 안건 검토 수당(1개당 10만 원)의 삼중 구조 속에서 노태악 전 위원장은 4년간 1억 7910만 원을 받았고 월 최대 수령액은 615만 원에 달했다. 감사원이 2019년과 2022년 예산 편성 위반을 지적하자 2023년 지급을 일시 중단했지만, 같은 시기 안건 검토 수당을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3배 '셀프 증액'했다가 2024년 법 개정으로 원상회복했다. 중앙선관위원 8명은 2025~2026년 상반기에만 총 3억 8937만 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비상임 위원에게 월정액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는 중앙선관위 외에는 없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호화 해외 출장이 겹친다. 노 전 위원장은 재임 중 2022년 호주·뉴질랜드, 2024년 독일·에스토니아(예산 7194만 원), 2025년 덴마크·스웨덴(9053만 원) 등 세 차례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했다. 배우자 몫 항공료·숙박비만 4000만 원을 넘었고, 전담 직원이 부인의 비공식 일정에 동행했음에도 보고서에는 '공식 일정 참석'으로 기재됐다. 본인이 직접 '셀프 결재'한 이 출장들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합수본 수사 대상이 됐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뿐 아니라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축·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대한체육회 선거를 위탁 관리하며 2027년 3월 제4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사무도 의무 위탁된다. K-Voting 온라인 투표 지원 건수도 2020년 기준 8960건에 달했다.

판사 겸임 구조, 방대한 위탁 권한이 겹치며 선관위는 외부에서 제대로 수사·검증하기 어려운 성역이 형성돼 왔다. 이번에 드러난 '타임머신 입력'과 '분산 입력 지시'가 단순 실무 착오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습관적 행위라면, 사법부와의 유착이라는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서버 전반에 대한 강제수사와 재검증, 법원의 영장 기각이라는 마지막 관문까지 포함한 성역 없는 특별검사의 수사만이 선거의 무결성을 되살리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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