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권력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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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권력과 우정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6-08-24 16:33
  • 신문게재 2026-08-25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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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섭 교수
먼 길을 가려거든 좋은 동무부터 얻으라고 한다. 선조들은 지혜로운 동무를 얻기 위해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는 말을 남겼다. 강단에서 일하다 정년 퇴임한 언론학자 중에, 동료나 후배들의 귀감이 되신 분들이 많다. 어떤 분은 정년 이후 30여 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계속 읽으시거나 새로운 책을 지으시면서, 제자들의 애경사에 발품을 파시고 제자들을 다독여주셨다. 어떤 분은 퇴임 다음 날부터 트랙터를 몰고 나무를 가꾸는 농부가 되었다. 밤에는 책을 놓지 않으신 까닭에 농부이자 학자로서 성과를 간간이 후학들과 나누신다. 어떤 분은 고향 가까운 문경 새재에 초청을 마련하고 학문 연구를 계속하기도 한다. 그분들의 그림자 끝자락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먼 길을 가야 할 후학들로서는 큰 복일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례들도 있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보류 중이던 중징계 제재 사안을 각하 처리했다. 2024년 9월 당시 류희림 위원장이 이끌던 방송통신심의원회는 이 기구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를 징계하기 위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가 일단 보류했다. 방심위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몇 개 방송사를 제재했는데, 2022년 4월 방심위는 MBC에 대해 3천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법원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취소했다. MBC는 법원의 취소 결정을 보도하면서, MBC를 징계하려는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 결정이 '백전백패'하고 소송을 맡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예산이 바닥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한 심의 제재를 자칫 '셀프 심의'가 될 수 있다며 이번에 각하한 것이다.

정부 기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보도 자료나 기자회견, 홈페이지 공시, SNS 등을 통한 반박 등의 방법이 있고, 나아가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재판을 통해 반론, 정정보도와 같은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방미심위의 결정은 늦었으나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 조치는 애초 자신이나 최고 권력자, 최고 권력의 측근에 대한 언론보도를 위축시키거나 재갈을 물리려 방솜 심의의 굴레를 씌우려고 덤비지 않은 것만 못한 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당시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에서 의결된 법정 제재 취소소송은 1심 기준 방심위의 '30전 30패'로 판가름 났다. 선거방송 심의와 관련한 결과는 특히 더 뼈아프다.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은 2023년 12월 모 대학 백 아무개 명예교수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백 아무개 교수는 류희림 위원장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 이미 류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가 권력에 대한 정당한 방송보도를 죄다 공정성이나 객관성의 잣대를 들이밀어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던 때였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일을 전후하여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이다. 백 아무개 선방위원장 시절의 심의 회의록을 보면, 백 위원장은 특정 심의 사안 등에서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언론은 이를 두고,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그의 지도교수 출신 선방위원장의 충성경쟁의 끝은 어디인가를 묻는 기사, 어떤 제자와 스승이 나란히 '언론 검열의 칼춤'을 추면서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중징계 결정을 남발하고,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스승을 뛰어 넘은 제자'로 희화화된 류희림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가 가족과 지인 수십 명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원장인 방심위에 심의 민원을 제기하도록 한 의혹과 관련한 '민원 사주' 관련 위증 혐의도 있다. 그의 스승이 맡은 선방위에서 결정된 선거방송 심의 제재 결정은, 법원의 재판에서 죄다 취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방송으로 볼 수 없는 방송에 대해 억지로 '선거방송'이라고 우기고 제재 결정을 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 일탈하여 일상적인 방송보도를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의 혐의를 씌워 제재했다는 것이다. '그 선생에 그 제자'라는 말이나, '그 제자에 그 선생'이라는 말 어느 쪽이든 엄하고 두려운 표현이다. 두 사람의 임기는 2년 전 끝났다. 그렇다고 두 사람에 대한 역사적, 학문적 평가까지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하찮고 작은 권력이라도 스승이 제자에게, 제자가 스승에게 함부로 권할 일은 아니다. 먼 길을 함께 가야 할 동무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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