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종교의 정치참여,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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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종교의 정치참여,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

[수요광장]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3-12-03 14:19
  • 신문게재 2013-12-04 17면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시국이 심상치 않다. 국가정보원을 위시한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문제가 정치권과 검찰을 달구다 종교계가 가세하면서 파장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천주교에 이어 기독교와 불교계가 잇따라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종교의 정치참여에 관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0조에서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정교분리 원칙의 취지는, 머리로 이해하나 마음 한 구석에는 의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직자라면 불의에 저항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과거 암울했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종교계의 저항과 현실참여가 국민들의 폭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지 않았던가.

종교에 대해 문외한이나 브라질 출신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 대주교를 지낸 돔 헬더 까마라를 흠모했다. 그는 지역신문 기자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열두 번째로 태어났다. 열세 명의 형제자매가 있었는데 이 중 다섯 명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불행을 겪으며 성장했다.

어느 날 사제가 되겠다는 그의 말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사제가 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거니? 얘야, 사제와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결코 같이 있을 수 없는 거란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사제란 자기 마음대로, 자기를 위해서 사는 사람이 아니야. 사제에게는 오직 한 가지 존재 이유밖에 없어. 그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거야.” 까마라는 이 말을 듣고 바로 그런 사제가 되겠노라 다짐하고 신학교에 진학했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살던 그도 우리나라에서 익히 목격하는 '이념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했나 보다.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고 토로했을 정도니.

마침 교황 프란치스코가 직접 저술한 <사제로서의 훈계>가 공개됐다. 교황은 여기서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새로운 독재자'로 잉태되고 있다”며 현 시대를 단호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의 말마따나 “어떻게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건 뉴스가 되는데 집 없는 노인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어 교황은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과 가톨릭 사제들의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촉구했다.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가난한 자와 부를 나누지 않는 것은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란 옛 성인들의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훈계했다. 가톨릭을 향해서는 “조직의 안위에만 치중하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말과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개입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신발에 거리의 진흙을 묻힐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교황이라고 사제의 현실참여를 이리 세게 독려하고 싶었을까.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는 현실에 있었으리라. <사제로서의 훈계>도 이렇게 말머리를 뗐다. “동시대 현실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 교황의 책무가 아니지만, 돌이킬 수 없는 비인간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책무다.”

종교라고 해서 과연 현실 밖에 존재할 수 있을까. 배부르고 군림하는 자보다 굶주리고 핍박받는 이들을 돌보는 게 성직자의 소명이라면, 종교는 오히려 현실세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교계의 시국선언을 두고 정교분리 운운하기에 앞서 성직자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현실을 직시하는 게 우선이다.

애먼 논란을 무릅쓰고도 신부님, 목사님, 스님이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린 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만 보고 있는 걸까. 이젠 우리가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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