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마련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국정농단 사태로 쑥대밭이 된 문화체육관광부다. 문체부는 ‘문화기본법’ 등에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헌법 제21조와 22조에 ‘표현의 자유’가 명시돼 있지만 정작 개별 법률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지난 달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인 송수근 제1차관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시를 받았다고 사죄까지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8명의 의원은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규정한 57조에 ‘직무상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을 거부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추가하고, 복종 거부로 인해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 같은 ‘영혼없는 공무원 방지법’ 추진에 공직사회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직무상 복종 의무가 약해지면서 관료사회가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위법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은 공무원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지시에 복종할 경우 어떤 참화가 발생하는 지 보여주고 있다. 공직사회가 우려하는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법 개정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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