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그림자(shadow), 미움 그리고 받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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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그림자(shadow), 미움 그리고 받아들임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화 교수

  • 승인 2021-03-18 10:27
  • 신문게재 2021-03-19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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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화 교수
"남편 때문에 미치겠어요.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져요", "아내 때문에 힘들어요. 합리적으로 생각 못 하고 모든 걸 감정적으로 처리하려고 해요", "그 사람은 얼굴만 봐도 짜증 나요. 그냥 그 사람은 다 싫어요." 필자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싫거나 미울 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싫고 미운 것이 아니라 일단 그냥 싫고 미운 것이 먼저고 나중에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을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그림자(shadow)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림자는 자아(自我, ego)의 한 측면이다.

사람의 자아에는 서로 반대가 되는 특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논리적인 면과 이와 반대되는 감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서 논리적인 측면만이 많이 발달하게 되면 그 측면은 밝은 측면이 되고, 반대쪽 측면인 감정적인 것은 발달을 못 하게 되어서 감정적인 측면이 자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림자적인 측면은 미숙하고 어두운 특성이 가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자신에게는 그런 그림자적인 측면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림자 적인 측면도 분명하게 자신 자아의 일부인데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그림자적인 특성을 경멸하고 미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자적인 특성이 오히려 잘 발달 된 다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이유도 없이 미워하게 된다. 예를 들어 논리적인 사람들은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고 경멸하게 된다. 반대로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따지려고 하는 사람을 극도로 미워하게 된다.

이런 그림자적인 미움과 혐오는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집단과 집단 간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좌파집단과 우파집단에서도 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남성 집단과 여성집단 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언론 기사의 댓글들에서는 좌파가 우파를 또는 우파가 좌파를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로 비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워마드처럼 극단적으로 남성 혐오를 표현하는 웹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일부 일베 회원들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폄하하는 글들을 스스럼없이 올리기도 한다.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 민족과 일본민족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움과 혐오는 일반적인 미움과 혐오가 아니라 극심한 격노의 특성을 지니며 상대방을 아예 제거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그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 실제는 남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깊숙이 감추어진 그림자적인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지나치게 싫고 그 사람의 어떤 모습에서 극심한 혐오감을 느낀다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그토록 싫어하고 혐오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실제는 내 자아 깊숙이 숨겨진 바로 나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집단이 어떤 집단을 극심하게 비난하고 있다면 상대방 집단에서 보이는 지긋지긋하게 싫은 모습이 실은 나도 모르게 감추어져 있는 바로 내 집단의 모습일 수 있다. 융이 그림자라는 개념을 말한 것은 각 개인이 온전한 자아를 가지는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융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있는 내 모습의 한 측면을 외면하지 말고, 죽을 만큼 싫더라도 그것이 바로 나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발전시키라고 하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너무너무 싫은가? 당신이 생각할 때 어떤 집단은 아예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그 사람이 그리고 그 집단이 바로 내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바로 나의 그림자인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나도 온전한 자아로 발전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건강하고 온전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창화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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