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변호사 우영우가 마주하는 이상한 진실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변호사 우영우가 마주하는 이상한 진실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8-03 09:17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신기용
신기용 변호사
드라마 제목처럼 우영우 변호사는 이상하다. 자기소개를 할 때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을 꼭 말해 줘야 하고,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린다. 회전문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고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지도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응원하고 있다. 법정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함께 순수한 모습을 직설적으로 뿜어내는 우영우의 매력도 인기의 한 몫이겠지만 아마도 극 중 다루어지는 법정 에피소드들이 그저 딱딱하고 험악한 것들이 아닌 누구나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기에 더욱 인상 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변호사로서 기존의 법정 드라마들을 접할 때 가끔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은 법정이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묘사되는 장면을 볼 때였다. 지나치게 선악이 뚜렷한 판·검사나 변호사가 등장하고 그들이 승패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현실의 법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법조 삼륜이라는 판·검사, 변호사 모두 각자의 고민과 고충이 있고 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아직 그래도 우리 법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 에피소드 첫 회에 나왔던 사건은 남편을 다리미로 때렸던 할머니의 이야기다. 검사는 '남편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할머니의 진술을 토대로 이 사건을 살인미수죄로 기소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그 진술이 과연 할머니의 진정한 마음을 나타냈던 것인지 의문을 가지며 할머니에게 말한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그냥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입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 즉 범죄를 저지를 고의가 존재했는지, 그 고의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밝혀내는 것은 법률적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영역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쉽게 알기 어려운 것이 우리 인간인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들의 마음을 재단해서 죄를 정하고 형을 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다.

열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마음을 밝혀야만 하는 사건이 등장한다. 의뢰인은 지적 장애인을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강간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남자다. 피고인은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는 피고인이 그 전에도 장애인에게 접근해 데이트 비용을 모두 장애인에게 부담하게 하고 성관계를 맺은 전력을 말하며 유죄를 주장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법정에서 성폭행이 아니라며 남자를 사랑한다고 증언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장애인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적 장애인은 정상적인 관계와 부당한 관계를 구별하는 힘이 약해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하는 정신과 의사의 의견은 배심원과 재판부에 고민을 던져준다.

아마 드라마를 보는 누구라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기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진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 형태를 알기 어려운 진실을 두고 유죄와 무죄라는 극과 극의 선택지만 남게 되는 형사재판은 때로 잔인하기 그지없다.

우영우는 이상하다.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우영우가 마주하는 사건들과 그 안에 숨겨진 진실들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들이 현실의 법정에서 수없이 다뤄진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들의 진실은 도무지 더 알기 어렵다. 이상한 진실들 앞에서 우영우가 마주하는 고민은 현실의 변호사들이 느끼는 고민과 맞닿아있다.

이 드라마 덕분에 초등학생 아들이 비로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다. 많은 이들과 함께 법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또 기뻤다. 법은 때론 너무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보다 쉽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법이 한층 더 가까워지길 바라본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