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자식에게 재산을 다 준 후 쫓겨났다?!… ‘현대판 고려장’ 당하지 않으려면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자식에게 재산을 다 준 후 쫓겨났다?!… ‘현대판 고려장’ 당하지 않으려면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 승인 2022-09-07 08:22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최린아
최린아 변호사
얼마 전 자신이 딸에게 사준 집에서 딸과 같이 살다가 쫓겨난 할머니의 사연이 TV에서 방영돼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다. 80대 A 씨는 과거 동대문에서 유명 제화업체를 운영해 큰돈을 벌었고, 큰딸과 아들에게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런데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싸웠고 A 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막내딸과 사이에 갈등이 커져 막내딸로부터 버림을 받기에 이른 것이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자식이 어찌 낳아준 부모를 버릴 수가 있냐"는 탄식부터 "나는 절대로 죽을 때까지 재산을 나눠주지 않겠다"는 다짐, "너무 일부 자녀에게 치우치게 재산을 나눠준 노모가 잘못이다"라는 평가까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녀들로부터 버림받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는 위 방송 사례처럼 상당한 재산을 가졌었음에도 자녀에게 재산을 모두 나눠준 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성년의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단순히 도덕의 문제만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처럼 우리 민법과 형법에서는 성년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민법에 따르면 부모와 성년의 자녀 사이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다. 한쪽이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부양의 의무가 발생한다. 이러한 부양의무는 2차적 부양의무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고려해 기존의 생활수준을 희생하지 않고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만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이는 부부간, 부모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부양처럼 부양능력이 부족해도 부족한 범위 내에서 부양(콩 한 쪽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관계)을 해야 하는 1차적 부양의무와 다르다.

따라서 성년의 자녀가 자신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낳아주신 부모라 하더라도 부양의무 이행을 구할 수 없다. 그러나 자녀가 충분한 경제적 자력을 갖춘 경우라면 부모는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하는 등 부양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형법상으로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에 대해 보호할 의무를 인정해 직계존속을 유기한 경우에는 존속유기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한다. 신분관계를 고려해 일반 유기죄보다 가중해 처벌한다. 다만, 형법상의 보호의무는 모든 상황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노유(늙거나 어린 것),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경우 즉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 경제적 궁핍으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데 외면했다고 해서 존속유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형법상 존속유기죄는 고의가 있어야 인정되므로 수년간 연락이 두절돼 부모가 부조를 요하는 상태였는지도 알지 못했다면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위 방송 사례와 같은 경우라면 막내딸이 80대의 노모와 함께 거주하던 아파트의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고 노모를 들어가지 못하게 해 생존에 필요한 주거 환경을 의도적으로 박탈했다는 점에서 존속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막내딸은 노모가 사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이므로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도 있다.

'현대판 고려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재산을 전혀 물려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상속세 절세 등을 위해 생전에 증여를 한다면 "부모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부양료로 월 얼마를 지급한다. 부담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등의 구체적 조건을 서면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불효하고 나 몰라라 해도 이러한 조건을 붙여 증여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소 정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내 아들, 내 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더라도 유비무환인 법이다.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1.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2.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3.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4.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5.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