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조력존엄사 논란에 관해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조력존엄사 논란에 관해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 승인 2022-10-26 09:37
  • 신문게재 2022-10-27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21026084904
권종범 센터장
최근 ‘조력존엄사’에 관한 찬반 논의가 사회적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의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지난 8월 조력존엄사에 관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력존엄사는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의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직접 복용 또는 투약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된 이후 이번에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으로 조력존엄사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조력존엄사의 대상은 임종기에 들어간 환자뿐 아니라 암이나 일반 질환의 말기 환자도 해당된다. 담당 의사와 해당과 전문의 2인의 동의와 증명을 통해 조력존엄사 신청이 가능하고 이를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신청하면 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결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조력존엄사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사절의 개념에 약간의 안락사 형식을 가미해 환자의 능동적 결정과 의료진의 수동적 조력으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력존엄사심사위원장이 되며 의료직군 및 심리전문가, 윤리 전문가, 보건행정직 고위 공무원 등 15명 이내로 위원이 구성된다.

대상자로 결정되고 1개월이 경과한 후 당사자가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담당 의사는 환자의 의지와 상태를 확인한 후 해당 분야 전문의 2인과 함께 판단해 조력존엄사 이행을 도울 수 있다. 도움을 준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르는 책임의 면하게 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말기 환자와 가족 및 지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의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는 꾸준히 60% 이상의 찬성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법률안을 발의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기법이 가미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자주 이슈화되고 논의의 장에 오르면 여러 가지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의원 인지도의 향상은 물론 공론화가 안 돼 왔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용어 자체의 혼란도 있다. 조력존엄사라고 하지만 조력자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것이므로 존엄사라고 명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결과를 살펴보면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는 3번째 정도이고 주로 '남은 생의 의미가 없다', '존엄한 죽음의 대한 자기결정권리' 등이 주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조력존엄사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은 주로 생명존중 사상에 배치되며, 자기결정권의 침해 소지가 있고 악용 및 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조사결과는 말하고 있다. 즉 생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으며,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 추후 입법화가 되었을 때를 가정해 보면, 당사자는 주변의 다른 말기 환자들이 존엄사를 택하는 것을 보고 '나도 조력존엄사를 택해야 할까?', '나는 나약한 인간이라 비천한 삶을 눈치 보고 이어가야 하나?' 등의 갈등에 휩싸이는 상황도 예상되는 모습이다.

건강한 성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마음가짐과 늙고 노쇠한 상황에서 설문에 응하는 경우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고 설문의 어휘에 따라서도 변수는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

찬성하는 입장은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면 사회적 비용의 절감으로 얻어지는 기금을 이용해 말기나 임종환자의 돌봄에 더 좋고 세심한 것까지 챙기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나 많은 조력존엄사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의 생각은 입법화가 먼저가 아니고 말기 환자의 돌봄에 더욱 많은 인프라와 예산을 확보해 사회적·제도적 질을 향상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력존엄사의 도입은 더 많은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를 나눠야 할 것이다.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2. [현장취재]정민 한양대 명예교수 에 대해 특강
  3. 아산시 영인면행복키움, 지역복지네트워크 업무 협약 체결
  4. 아산시, '10cm의 기적' 장애 체험 행사 진행
  5.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1.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2.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3. "기적을 만드는 5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직접 해보니
  4. 아산시, '우리 아이 마음 톡톡'이용자 모집
  5.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헤드라인 뉴스


세종의 낮과 밤, 독서로 사색하고 불꽃 향연 즐기세요

세종의 낮과 밤, 독서로 사색하고 불꽃 향연 즐기세요

'낮에는 책의 향기에, 밤에는 불씨의 향연에 빠져든다.' 제629돌 세종대왕 나신 날을 맞아 낮부터 밤까지 종일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5월 15~16일 이틀간 세종 호수·중앙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창조력과 애민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시민들이 지역에서 축제의 전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세종 책 사랑 축제'와 '세종 낙화축제'를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단순 일회성 행사를 넘어 관람객들이 온종일 세종시에 머무르며 축제의 서사를 완결 짓는 '신개념 체류형 관광' 모델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서천다문화] `젖어야 진짜 새해!`…한 번 가면 빠진다는 태국 송크란 축제
[서천다문화] '젖어야 진짜 새해!'…한 번 가면 빠진다는 태국 송크란 축제

태국의 대표 명절 '송크란(Songkran)'이 지난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려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송크란은 태국의 전통 설날로,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며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건강과 행운을 비는 독특한 풍습으로 유명하다. 축제 기간이 되면 태국 전역은 거대한 물놀이장으로 변한다. 거리에서는 물총과 양동이를 들고 서로 물을 뿌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장면이 이어진다.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모두가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한 번 가면 꼭 다시 찾게 되는..

천안법원, 뒷차에 깨진 콘크리트 조각 튀어 사망케 한 60대 무죄
천안법원, 뒷차에 깨진 콘크리트 조각 튀어 사망케 한 60대 무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은 콘크리트 조각이 튀어 뒤따라오던 차량 탑승자를 사망케 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혐의로 기소된 A(6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버스 운전기사 A씨는 2024년 10월 15일 아산시 온천대로에 있는 평택-세종간 장영실교를 은수교차로 방면에서 천안시 방면으로 주행하던 도로 위 파손돼 돌출된 콘크리트를 발견하지 못해 이를 밟고 주행하다 뒤따라오던 차량의 조수석에 튀어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비가 내려 속도를 줄였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여서 콘크리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