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보이스피싱, 당신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보이스피싱, 당신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 승인 2022-11-02 09:46
  • 신문게재 2022-11-03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최린아
최린아 변호사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행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훌쩍 지났다. 직접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입은 사람 1∼2명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보이스피싱 범죄는 국민에게 익숙한 범죄 중 하나가 됐다.

범죄 피해 사례가 넘쳐나고 정부와 경찰청, 금융기관, 언론에서도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수시로 홍보를 하고 있건만,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범죄 수법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직장, 거래하는 금융기관 등을 알아내어 경계심을 무너뜨린 후 압박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흔든다. 이런 고도의 지능화된 수법 때문에 연령대와 성별, 직업, 학력 고하, 사회경험 유무를 불문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전직 은행원, 현직 판사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입은 전례를 보면 그 누구도 자신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보이스피싱의 또 다른 피해자는 현금수거책으로 '이용된' 사람들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등지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총책', 콜센터에서 피해자들에게 대출 알선과 범죄 수사 등의 명목으로 피해금을 전달하게 하는 '콜센터 조직원',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원을 직접 수령해 송금하는 '현금수거책'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수사기관에 검거돼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되는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단에 불과한 현금수거책이다.



'현금수거책' 중 상당수는 알바**, 잡***, 인크** 등의 구인·구직 사이트, 벼룩**, 교** 등의 구인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탈세 목적의 채권추심 업무라고 생각하고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의 이름을 사칭해 구인 공고를 올린 후 구직자들이 지원하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채용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온라인으로만 각종 서류를 확인하고, 채용한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탈세 목적으로 거래업체로부터 현금으로 거래대금을 받는다거나 대출금을 상환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며 현금 수거를 지시한다.

현금수거책은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사람이기에 검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인 줄 알지 못했다"고, 즉 범행 가담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하곤 한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비대면 채용 절차와 다소 높은 수준의 급여,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한 업무 지시, 고액의 현금 수거 및 100만 원 단위의 무통장 입금 등의 이례적인 사정을 종합하면 범행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미필적 고의(어떤 행위로 범죄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것)'가 있었음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유죄가 인정되면 대부분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유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해서 실형이라는 무거운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의 치밀하고 교묘한 전략에 따라 피해자들이 속는 것처럼 현금수거책 역시 이들에게 속아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뭣 모르고 현금수거책의 역할을 하게 된 이들은 대부분의 구직자가 사용하는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의 채용공고를 통해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을 내서 지원하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실존하는 회사인지 확인한 후 업무에 응한 사람들이다. 코로나19로 기업 운영이 힘들어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한 후 탈세 목적으로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오는 것이며, 흐름이 들통나면 탈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무통장 입금을 해야 한다는 상급자의 업무 지시를 믿었을 뿐이다. (탈세 역시 불법적인 것이지만, 탈세 범행과 보이스피싱 범행은 범행의 대상과 방법, 내용, 피해법익 등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탈세 목적의 현금 수거라 생각했다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정말로 미필적 고의 내지는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가담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의가 있었다는 점 역시 처벌을 하고자 하는 쪽에서 증명해내야 할 부분이다.

피고인이 현금 수거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황상 ‘조금만 더 주의하였더라면 한번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논리는 결국 고의 인정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과실까지도 고의에 포섭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헌법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피의자,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일관되게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이 유죄라는 점은 검사가 입증해야 하고 유죄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증거가 없다면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미필적 고의의 인정 범위를 확장한다면 결국 국가(수사기관과 법원)가 단지 범행의 수단으로 이용된, 어떻게 보면 피해자로도 볼 수 있는 선량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게 되는 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2.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3. 자녀 둘 기혼 숨기고 이성에게 접근해 6천만원 가로챈 40대 '징역형'
  4. 유명 선글라스 신제품 모방한 상품 국내유통 30대 구속기소
  5. 지역의사제에 충청권 의대 판도 변화… 고교별 희비는 변수
  1. 스프링 피크, 자살 고위험 시기 집중 대응
  2.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3. 건양사이버대 26학번 단젤라샤넬, 한국대학골프대회 우승
  4. 생기원, 첨단 모빌리티 핵심 소재 '에코 알막' 원천기술 민간에 이전
  5. 금강유역환경청, 충남지역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헤드라인 뉴스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주말만 되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여기는 애초에 다 못 받는 구조예요. 그마저도 줄어들면 더 뻔한 거 아닌가요." 대전 서구 관광 명소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인근 사회복지시설 이송로 확장 사업으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도로 확보를 위해 대형버스 주차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될 계획인데, 밀려나는 수요를 수용할 대안이 없어 도리어 도로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구와 대전시에 따르면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장태산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주차장 일부가 도로와 보행로로 편입돼 대..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93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부진으로 고용의 질적 회복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일 충청지방데이터청의 '2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의 취업자 수는 322만 8100명으로 지난해 316만 8800명과 비교해 5만 9300명 증가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는 대전만 감소했고 세종·충남·충북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경우 취업자 수는 79만 5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0명(-0.6%)..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외 정부부처의 추가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후속 과제에 대해선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상정된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등 수도권 잔류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표류가 대표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필두로 업무 효율화와 연관성상 이전이 시급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위원회 이전도 수년째 메아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에 이은)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라와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