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자네 아직도 사람을 믿나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자네 아직도 사람을 믿나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2-11-23 10:25
  • 신문게재 2022-11-24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21123101429
신기용 변호사
"자네 아직도 사람을 믿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이 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사람을 믿어야 할까 믿지 말아야 할까.

일단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얼마나 많이 거짓말을 하는지에 관해 어떤 연구결과는 하루 평균 5회가량의 거짓말을 한다고 분석하기도 하고 심지어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결과도 있다.

거짓말은 본능의 영역일 수도 있다. 동물들도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북극여우는 먹이를 독차지하기 위해 거짓으로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경계 소리를 내서 놀란 다른 여우들이 도망간 사이 먹이를 차지한다고 한다. 간단한 수화를 배운 고릴라가 싱크대를 부순 다음 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둘러댔다는 보고도 있다.

거짓말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한 거짓말부터 시작해 의례나 격식, 유머 등을 위해서도 거짓말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결국 거짓말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해지기 마련이다.

수사와 재판은 어쩌면 끊임없는 거짓말과의 싸움이다. 법률을 적용하기에 앞서 사실관계가 정해져야 하는데 정작 그 사실관계에 대해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다르다. 적어도 누구 하나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고 아니면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게 된다. 한 번은 검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이 사건의 진실을 확실히 알겠는데, 이 사람은 정말 무죄다'는 말을 꺼내자 거의 즉각 박장대소가 터졌다. 아무도 진실을 믿지 않는 자리에서 진실을 주장하는 것은 확실한 유머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우리의 사법제도나 나아가 다른 영역에서도 사람들의 거짓을 전제로 구조가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대표적인 거짓말 범죄인 위증죄의 경우 중하게 처벌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을 밝혀낼 의무는 검찰과 법원에 있으니 선서를 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리 큰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로 주식시장에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있다. 기업에 관한 정보에 목말라 있는 투자자들의 중요한 접근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정작 아무도 리포트의 매수 의견을 믿지 않는듯하다. 리포트만 보면 모든 주식을 매수해야 할 것 같고 금방이라도 목표주가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그렇던가.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이나 부정적인 평가가 기재된 리포트가 나오면 곧바로 압력이 들어오고 이에 이기지 못해 좋은 쪽으로만 리포트가 작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신력 있는 증권사에서 작성되는 리포트조차 일종의 거짓말이 너무도 쉽게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양의 경우 대체로 사람의 진실을 전제로 시스템을 발달시켜 왔고 그래서 거짓말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반응한다. 미국은 위증죄에 대해서도 중죄로 다룬다. 더구나 법정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허위로 진술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사법방해죄를 명시적으로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또한 내부고발에 대해 강력한 보호제도를 마련해 놓는 한편 사안에 따라 막대한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사전 검증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되, 속임수나 거짓은 언젠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도록 길을 터놓는 것이다. 이렇게 드러난 거짓에 대해 재기 불가능에 이를 정도의 강력한 대처가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정에 약하고, 그래서 거짓말에 너그러운 우리의 문화는 오히려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거짓을 전제로 신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종 절차와 증명, 확인 등이 수반돼야 하고 각종 규제를 양산하며 결국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다.

우리 사회도 점차 신뢰 사회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누가 자네 아직도 사람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기자수첩] 충주댐 40년…단양은 언제까지 '희생의 청구서'를 받아야 하나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충남대·공주대 통합 멈췄지만 끝 아니다… 연말까지 재논의 여지
  5.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1.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규제 충돌 넘어선 24년 동행… 충청 유역공동체로 이어진 물길
  2. 대전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 어디가 높나
  3. 충남교육청, 추석 명절 전 특별 공직 감찰 실시
  4. 위성 15기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 5차… 대전 기술력 '시험대'
  5. 대전세종충남혈액원, 충남대서 생명나눔 헌혈 캠페인 펼쳐

헤드라인 뉴스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16일 대전을 찾아 산적한 지역 현안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대전 의료원 건립 등 허태정 대전시장과 지역 여권이 요청한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며 충청 민심 껴안기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정책 및 예산권을 가진 집권 여당의 힘을 과시하면서 지역 밥상머리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요구와 관련해 "지방의 의견을..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지역에서 최근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로 나타났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 전용면적 101.94㎡는 지난해 9월 9억 1000만 원에서 올해 9월 12억 원으로 2억 9000만 원 상승했다.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이라도 층수 등에 따라 매매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는 1년 새 3억 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상승액 2위는 서구 탄방동 공작한양 84.90㎡로 지난해 9월 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9월 6억 7000만..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지난해 화재 발생 이후 본원 이전 절차가 본격화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두고 충청권 지자체 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30년까지 기존 대전 본원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충남도와 세종시, 대전시가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16일 충청권 각 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2030년까지 전면 폐쇄된 뒤 새로운 장소로 이전·재설립될 예정이다. 적절한 이전 부지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화전략계획 용역은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며, 이에 맞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