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드라마 ‘삼체’를 보면서 든 잡다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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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드라마 ‘삼체’를 보면서 든 잡다한 생각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4-23 14:16
  • 신문게재 2024-04-2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현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넷플릭스에서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을 드라마화하여 방영한 '삼체'가 화제를 모았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면, 지구에서 4.2광년 떨어진 삼체(三體) 행성계는 3개의 태양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움직이는 행성계로, 삼체 행성계에 살고 있는 삼체인들은 이 3개의 행성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는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이 실패할 경우 세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 엄청난 기온상승이 동반된다던가, 세 개의 태양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중력 역전이 발생하여 삼체인들이 우주로 빨려 간다던가 하여 문명이 멸망하고 마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도 삼체계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라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외교-안보 이슈가 서로 연관 지어 불안정하게 돌아가는데 지도자들은 이를 예측하여 살아갈 방법을 찾아간다던 지 하는 모습이 삼체인과 닮았다. 경제가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주고, 또 외교 또한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주는 등 여러 요인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바뀌어가는 시스템에서는 이런 카오스적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기를 나타내는 여러 변수들인 수출증가율 감소, 성장률 하락, 미국 금리 변동, 급증하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 고조, 저출산 고령화 심화 등 비경제적 문제까지 서로에 영향을 주면서 변화하고 있어 장기적 안정성을 예측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삼체인들처럼 장기적 안정성을 예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일일 것이다. 이런 예측을 하라고 지도자(보다 정확하게는 공복(公僕))를 뽑는 것이다.

며칠 전 22대 총선이 끝났다. 새로 300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되었다. 선출된 사람들은 모두 이런 어려운 예측과 판단을 해야할 사람들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대표들이 우리를 '대표'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더라도 다시 4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자체장도 4년이고 대통령은 5년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들을 뽑을 때 항상 옳은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벨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빠르고 느리게 생각하기(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사람은 판단을 하는데 있어 두 가지의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시스템 1은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판단하는 등 생에 약 95% 정도를 이 시스템에 의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반면 시스템 2는 합리적이며 집중과 노력이 동반되는 느린 과정으로 상황을 철저히 생각하고 분석하는 학습의 영역에 해당한다. 당연히 시스템 2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노력이 덜 들어가는 시스템 1을 더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합리적인 사람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뉴스도 포털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고,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에서 소비하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다 각종 평론을 위주로 하는 유튜브 컨텐츠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때로는 이들은 경제적 이유에서건 정치적 이유에서건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스템 1'을 더욱 활발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제목이나 주제로 즉각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컨텐츠들에 있어서 모두 '시스템 2'를 사용하는 것은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어떤 시스템으로 후보를 선택하였나 돌아볼 일이다.

그 건 그렇고, 그 옛날 민주주의가 발생한 아테네에서는 유권자들이 모두 광장에 모여 저마다 의견을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다수결로 결론을 내렸다는데, 현대에 와서는 인구도 많아지고 더 이상 도시국가도 아니어서 대표를 뽑는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가상공간이나 메타버스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모두 모일 수 있는 기술적 성숙도를 보여가고 있는데, 다시 (사이버) 광장 민주주의를 고민해봐도 되지 않을까?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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