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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청 전경<제공=합천군>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합천군 손해배상액을 200억 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번 판결은 '일부 승소'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거운 현실을 남겼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채무 전액을 인정한 1심 판결과 대비된다.
재판부는 합천군이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청구액 30%를 줄였고, 소송촉진법상 12%가 아닌 상법상 6%의 이자를 적용했다.
그러나 감액된 금액조차 수백억 원 규모라는 점에서 재정 부담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은 2021년 9월 합천군과 시행사가 체결한 실시협약에서 시작됐다.
군은 부지를 제공하고, 시행사는 사업비를 조달해 호텔을 조성한 후 군에 기부채납하며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구조였다.
550억 원 PF대출이 승인됐고, 총 사업비는 59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23년 6월 시행사 대표 사업비 횡령·배임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책임 공방은 법정으로 옮겨졌다.
이번 판결은 청구액 존재와 범위에 대한 군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법원은 합천군이 계약상 채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고, 시공사에는 시행사 및 연대보증인과 함께 전액 책임을 부과했다.
이는 협약 구조 속 리스크가 지방재정으로 직결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은 명확하다.
대체시행자 선정과 PF대출 관리 사각지대, 내부 감사 부재가 민간 비리와 곧바로 군 재정 손실을 연결했다는 점이다.
협약 구조 재정비, 금융기관과의 공동 관리 체계, 사전 감사 시스템 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철 군수는 "군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군민의 혈세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단순한 '승소'가 아니라, 합천군이 지자체 책임 구조 한계와 마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
건물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책임의 무게는 이미 땅속에 박혔다.
공사는 멈췄지만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합천=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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