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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나무나눠주기 행사<제공=경남도> |
26일 산청읍 산청시장에서는 천리향·병꽃나무·목수국 등 1,000여 본을 추가로 나눌 계획이다.
행사 취지로는 산청 산불 피해지 회복과 주민 위로가 제시됐다.
문제는 '배부' 중심 행사만으로 피해지 복원에 실질적 효과가 있느냐는 대목이다.
산림청이 제시한 표준 절차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는 ①피해등급 조사→②장마기 전 응급복구(사면 안정·사방시설)→③정밀조사 기반의 항구복원계획 수립→④현장 식재·사후관리의 단계로 진행돼야 한다.
나무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가 얼마나 오래 관리할지 계획이 핵심이다.
단순 배부는 이 체계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복원은 시간과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장기 모니터링에 따르면 산불 이후 토양·식생 회복은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며, 조림·자연복원 방식별 회복 속도와 품질이 다르다.
특히 피해 발생 후 2~3년 차까지 토사 유출 위험이 높아 응급·사방 복구가 선행돼야 하고, 15~20년이 지나도 생태계가 완전 회복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나눔'이 구조적 복원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수종과 장소의 적합성도 따져야 한다.
산림복원은 대상지의 기능·입지에 맞는 수종 선정과 현장 식재, 이후 생존율 관리가 기본이다.
반면 이번 행사 품목에는 정원·경관용 수종(예: 천리향·목수국 등)이 포함돼 피해 산지 복원 수종과 목적이 다를 소지가 있다.
산림당국 지침은 "식재 예정지 조사 후 적합 수종 선택, 식재·관리 계획"을 명시한다.
누가·어디에·어떻게 심고 관리할지 공개되지 않은 배부 위주 방식은 복원 목표와의 정합성이 떨어진다.
생존율·사후관리 공개도 필요하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강원권 대형 산불지에서 수종별 초기 생존율과 회복 특성을 비교·보고해 왔다.
예컨대 조림 1년 후 소나무 평균 생존율은 89%, 활엽수는 53%로 차이가 확인됐다.
이런 데이터는 수종·밀도·관리 방식을 결정하는 근거다.
이번 행사에서는 배부 묘목의 유형(용기묘 여부), 식재·관수·보식(결손목 보충) 계획, 생존율 모니터링 공개 방안이 확인되지 않았다.
법·제도 측면의 책임과 계획도 짚인다.
산림보호법은 산불 피해지에 대해 응급조치와 더불어 복구·복원계획 수립·시행 의무를 규정한다.
복원은 산주·주민 의견과 임지 여건을 반영해 경제·환경적 기능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즉, 주민 위로를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법정 복구·복원계획과 연계되어야 실효가 담보된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산불 복원을 위해 ▲피해지별 식재지도(좌표·면적·수종·밀도) 공개 ▲응급·사방복구(사면 안정·사방댐·멀칭) 우선 완료 ▲기묘 중심의 적기 식재+최소 3년 사후관리 ▲생존율·보식 실적의 투명 공개 ▲주민 참여형 '관리 조직'과 생활복구 지원 연계를 권고한다.
행사가 목적이 아닌, 계획-이행-공개-점검의 체계가 전제될 때 주민 위로도 실감난다.
요약하면, 나무 나눠주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것이 피해지 복원 계획과 사후관리 체계에 연결될 때만 실질적 도움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본을 나눴다'가 아니라 어디에·어떻게·누가·얼마나 오래 책임지고 복원할지에 대한 공개와 실행이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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