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무료버스 6개월, 소비 동선이 바뀌었다

  • 전국
  • 부산/영남

산청군 무료버스 6개월, 소비 동선이 바뀌었다

산청읍 상권은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 승인 2025-11-11 12:52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산청읍 전경
산청읍 전경<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산청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 시행 후 군내 소비 동선이 크게 이동하면서 산청읍 중심 상권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단성과 시천 공공목욕장과 장터를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증가한 반면, 산청읍과 신안면은 손님이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무료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군민들은 목욕·식사·장보기를 단성과 시천에서 한 번에 해결하는 생활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공공목욕장은 3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고, 주변에 식당과 장터가 밀집해 있어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반면 산청읍과 신안의 민간 목욕탕은 7000원 수준으로, 가격과 동선에서 불리한 조건을 갖는다.

그 결과 산청읍에서 발생하던 소비는 면 지역으로 이동했고, 읍내 상권은 매출 감소와 유동 인구 이탈을 동시에 겪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 같은 소비 동선 변화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지적의 핵심은 '행정 의사결정과 생활 현장의 단절'이다.

산청군 공무원 대다수가 진주에서 출퇴근하는 구조 속에서 산청읍 상권의 움직임, 이용 시간대, 소비 흐름을 직접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점심은 군청 구내식당에서 해결되고, 퇴근 후 생활·소비는 진주에서 이뤄지는 생활권이라면 산청읍이 어느 시점에서 비기 시작했고, 어느 업종이 먼저 흔들렸으며, 어느 골목이 먼저 불이 꺼지는지 현장에서 읽어낼 수 없다.

그 결과 정책은 서류 기준상 '이동권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군내 경제 순환 구조를 지탱해야 할 '중심 상권 유지'는 고려되지 않은 채 시행됐다.

산청읍은 단순한 소비지가 아니라 행정·의료·교육·교통 기능이 집중된 지역의 핵심 축이다.

이 축이 무너지면 군 전체 정주 기반·생활 인프라·인구 유지력이 함께 흔들린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철회가 아니라 균형 회복을 위한 정밀한 조정이다.

산청읍 중심 상권 회귀 유도 대책으로 ▲민간 목욕업계·식당업계 형평성 완충 정책 ▲소비 동선 정기 분석 및 정책 반영 ▲교통복지와 지역경제 보호를 함께 고려한 복합 설계 ▲무료버스는 이동을 바꾸었고, 이동은 소비를 바꾸었고,소비는 지금 산청읍을 비우고 있다.

산불도 처음에는 작은 불씨로 시작해 산 전체를 삼킨다.

상권 붕괴도 같다.

중심이 무너지면, 주변도 무너진다.

모택동의 '참새 박멸' 정책 역시 출발은 명분이었으나 균형을 무너뜨린 순간,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의도와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는 현장을 보는 눈이 있었느냐에 달라진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3.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4.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5.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1.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2.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3.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4. '수도권 대신 지방의료를 수술 대상으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우려'
  5. 설동호 대전교육감 "수험생 모두 최선의 환경에서 실력 발휘하도록"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