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원자 위치가 전자 바꿨다

  • 전국
  • 부산/영남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원자 위치가 전자 바꿨다

최시영 포스텍 교수팀 원리 규명

  • 승인 2026-01-18 16:30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최시영 포스텍 교수


산화물 결정 두 층을 비틀어 쌓기만 해도 원자 배열 자체가 전자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장의 그물망을 겹쳐 돌릴 때 새로운 무늬가 생기듯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서 특정 원자 배열이 전자를 가두거나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창범 엄 교수, 이경준 박사후연구원, 일본 도쿄대 료 이시카와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산화물 두 층을 특정 각도로 비틀어 쌓은 계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실렸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모아레 무늬1)'다. 벌집 모양 격자 두 개를 겹쳐 한쪽을 살짝 회전시키면 기존과는 다른 큰 주기의 무늬가 새롭게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뒤틀린 이중 층2) 구조' 연구는 그동안 그래핀 같은 2차원 소재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산화물은 단단한 3차원 결정이라 뒤틀린 계면을 만들기도 어렵고 계면만 골라서 분석하기도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두 결정을 특정 각도로 맞췄을 때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일치하는 '겹침 자리 격자' 조건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을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₃) 산화물 결정에 적용한 결과,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원자 배열이 반복되는 모아레 초격자가 형성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열 가운데 특정 구조에서만 전자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산소 원자 여섯 개가 타이타늄 원자를 둘러싼 '산소 팔면체' 구조가 미세하게 찌그러지면서 타이타늄이 결합하는 산소 개수가 달라졌다. 이는 마치 방 안 가구 배치에 따라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원자 배치 차이만으로 전자가 모이거나 흩어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으로, 연구팀은 이를 '전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하 불균형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옹스트롬(A, 1억 분의 1센티미터) 수준으로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심도 단층(Depth sectioning)3)' 현미경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계면 전체에서 원자 배열과 전자 거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험적으로도 규명했다.

최시영 교수는 "2차원 소재에서만 다루어지던 뒤틀린 이중 층 연구 분야를 3차원 산화물 분야로 넓힌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전자소자와 기능성 소재에서 원자-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뒤틀림 각도가 중요한 변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청 2026년 공무직 채용 평균 경쟁률 6.61 대 1… 조리실무사 '최저'
  2. "중증화상·중독·사지절단 응급진료 역량 확충 필요"…대전·세종 응급실 진료 분석해보니
  3. 대전 구청장 선거전 본격화…현역 "수성" vs 도전자 "변화"
  4. 청주교도소 특별사법경찰대장 박경민 대전교정청 '이달의 모범교관'
  5. '연구비 자율성 강화'에 과학기술계 "환영… 세심한 후속 관리 필요"
  1. 정치색 없다는데…교육감 선거 진영 프레임 반복
  2. 대전 구청장 선거전 가열…정용래·서철모 출마 선언
  3. [르포] "멈춰야 할 땐 지나가고, 지나도 될 땐 멈추고"…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현장 가보니
  4. 민주당, 충남 아산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전은수 영입
  5. 대전교육청 산업재해 증가세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

헤드라인 뉴스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29일 오전 9시 30분께 대전 용소네거리. 출근길 정체는 어느 정도 빠졌지만 주택가에서 도안동로와 건양대병원 방면으로 빠져나가려는 우회전 차량 흐름은 적지 않았다. 차량 대부분은 속도를 조금 줄인 뒤 그대로 우회전했다. 바퀴가 완전히 멈춰 선 차량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시행된 지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행'과 '일시정지'의 경계가 흐릿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오전 9시 36분께였다. 우회전 일시정지 집중단속을 앞두고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교차로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회전 차량들이 눈..

6·3 지방선거, 대전·충청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도
6·3 지방선거, 대전·충청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도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는 여야 각 정당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충청권 공동대전환'을 선언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후보들은 29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재명 정부의 '지방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충청을 변방이 아닌..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지역 곳곳에서 신생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다시금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신규 점포 등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어서다. 기존 상권과 달리 신규 창업 점포가 눈에 띄게 눈에 띄게 확장되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9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신생 핫플레이스는 중구 유천1동 '버드내초등학교' 인근이다. 신생 핫플레이스란, 상권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곳을 뜻한다. 5만 1045㎡ 규모의 해당 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