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는 기억하고 민심은 안다, 하지만 '진짜 심판'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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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사는 기억하고 민심은 안다, 하지만 '진짜 심판'은 따로 있다

  • 승인 2026-03-03 01:01
  • 김성욱 기자김성욱 기자
김성욱 증명사진
부산=김성욱 기자
"서로를 향한 '심판'의 구호만 무성한 정글 속에서, 정작 자신을 향한 '내면의 심판대'는 실종됐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대한민국은 가히 '인간 실격'의 전시장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영 이익을 위해 과오를 정의로 둔갑시키는 정치권이나, 확증편향에 갇혀 혐오를 배설하는 대중이나 매한가지다.



사실 이 비정한 정글 속에서, 필자를 포함한 그 누구도 절대적 심판대 앞에 '실격자'가 아니라고 감히 단언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보듬음의 미덕을 잊었다. 대신 서로를 짓밟는 독기만 남았다.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독은 '비겁한 두려움'이다. 눈앞의 이익과 시선에 굴복해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내딛는 발걸음이다.



나약한 자신을 이겨내고 정략적 이해나 군중심리에 타협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무너진 공동체를 재건할 마지막 보루다. 이 용기가 객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내면에 서늘한 제어 장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사후세계와 심판'이라는 유익한 가설이다.

특정 종교를 떠나, 가변적인 '표심'이나 '여론'이 아닌 변치 않는 '절대적 기준'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은 사람 앞에 당당해지는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삶의 이치를 보자. 죽음을 맞이할 때 치르는 '초상(初喪)'은 '처음 초(初)'자를 쓴다. 역설적으로 '둘째 죽음'이 예비돼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것 역시 본향(本鄕)인 사후의 어딘가가 존재한다는 언어적 화석이다. 삶은 단절된 소멸이 아니다. 본래의 자리로 회귀하는 숭고한 여정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는 기억하고 민심은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나 민심조차 때로는 불완전하다.

권력에 의해 기록이 왜곡되거나, 선동에 의해 민심이 눈멀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심연의 악행까지 꿰뚫어 보는 '진짜 심판'이 필요하다. 피할 수 없는 심판대를 상정할 때 인간은 비겁한 침묵을 멈춘다.

사후세계를 믿는 행위는 삶에 가장 엄격한 '양심의 파수꾼'을 세우는 일이다.

이기심이 판치는 요지경 속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저 너머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세운 '엄중한 내면의 법정'이다.
부산=김성욱 기자 attainuk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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