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16] 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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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16] 모시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5-20 13:5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 올 한 올

입술 적셔

이어낸 만리(萬里) 정성



잉앗대 산을 넘고

날줄 씨줄 강 건너



뒤틀린 무르팍으로

짜 올린다

사랑 한 필



<시작노트>

우리의 어머니들은 길쌈을 해서 가족의 옷을 만들어 입혀줬다.

길쌈의 대표적인 종류가 삼베와 모시이다. 집에서 직접 삼을 재배하거나 모시를 재배하여 무성하게 자랐을 때 베어서 공동으로 쪄가지고 껍질을 벗겨서 찢어서는 한 올 한 올 잇는다. 잇는 일을 삼는다고 한다. 잇는 작업은 이로 깨물고 입술로 침을 묻혀서 무릎에 대고 마주 꼬아 계속 잇는다. 그 길이가 한없이 길다. 입술에 대고 침을 적신다는 것은 애정 어린 정성이 깃드는 작업이다. 이를 베틀이나 모시 틀에 감아올려서 손수 짜는 작업을 한다. 베틀에는 위로 잉앗대고 오르내리고 아래로 날줄과 씨줄을 바디로 한 줄 한 줄 짜내어 모시를 만들어 나간다. 잉앗대는 산으로 올라가고 날줄 씨줄은 강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고된 작업을 해나가는 동안 어머니의 무릎과 발목과 손가락까지 뒤틀리고 만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가족들에게 옷을 지어 입힐 생각에 참고 견디며 일을 감당한다. 사랑으로 기꺼이 옷감을 만드는 것이다. 숙명으로 여기고 삶을 바쳐 남정네를 보필하고 자식들을 입히는 옷 만들기에 즐겨 헌신했다. 깊고 질기고 순열한 사랑 짓기이다.

박헌오-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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