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지러움은 어느 한 점에서부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간지러움은 어느 한 점에서부터

전문학 대전 서구청장

  • 승인 2026-08-04 17:34
  • 신문게재 2026-08-05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전문학 서구청장 프로필 사진
전문학 서구청장
'모기 보고 환도 뽑기'라는 옛 속담이 있다. 보잘것없는 일에 과분한 대책을 쓴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작은 일에 굳이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기는 우리 눈에 아주 보잘것없이 작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 우리 몸에 남는 자국도 작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작은 한 점이 주는 불편함은 여름밤 잠을 설치게 할 만큼 크다.

'주민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행정'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주민이 느끼는 불편도 결국은 모기가 남긴 자국처럼 아주 작은 한 점에서 시작된다. 큰 문제가 되기 전에 그 작은 신호를 먼저 살피는 일, 그것이 주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출발점이다.

주민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행정이 구호를 넘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사소해 보이는 불편에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전 서구는 민선 9기 시작과 함께 규모는 작지만 원도심 주민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소규모 공영주차장 조성을 결정했다.

원도심의 주차 문제는 단순히 주차면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래된 주거지는 도로가 좁고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퇴근 시간이면 빈자리를 찾는 차량이 골목을 오가게 마련이다. 도로에 세운 차량은 보행을 방해하고, 교차로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규모 주차장을 설치하기에는 부지 확보와 예산, 행정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에게는 몇 년 뒤 마련될 큰 주차장도 필요하지만 당장 오늘 안심하고 차를 세울 가까운 공간도 절실하다. 이때 생활권에 흩어진 유휴부지를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면 골목의 혼잡을 덜고 보행 안전을 높일 수 있다.

조성을 결정한 대상지는 어린이 보호구역과 주거 밀집 지역 내 위치한 유휴부지 3곳이다. 부지 면적 상 약 10면 내외의 소규모 주차장에 불과하지만, 인근 보호구역과 주택단지 내 도로 주차 수요를 분산하고 퇴근 시간 편리한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어린이 통행 안전과 운전 시야 확보라는 실질적인 주민 편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 무작정 긁기보다 제때 연고를 바르는 것이 가려움과 흉터를 막는 방법이듯이 행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적시성과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면 주민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행정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대전 서구가 추진하는 소규모 공영주차장은 유휴부지 발굴을 통한 상생 주차 모델의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인 공영주차장은 적정 부지 검토부터 대규모 예산 편성, 부지 매입, 각종 행정 절차까지 평균 2~3년의 조성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상생 주차 모델은 조성 기간을 일반 공영주차장의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어 주차 공간을 보다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유휴부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을 허락하여 공공용으로 제공함에 따라 재산세를 면제하고,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즉각적으로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비록 주차 면수는 많지 않지만 신속하게 주민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주차장 역시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초지방정부는 권한과 역할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 생활 가까이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나아가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주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 즉, '근접성'과 '신속성' 그리고 '적절성'은 기초지방정부만이 가진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대전 서구 교통행정의 방향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작은 불편을 지나치지 않고 제때 해결하고, 주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는 현장 중심의 주민주권 행정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방행정의 본질이다.

/전문학 대전 서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신계룡~북천안 345kV 경과지 결정… '주민 반발' 속 향후 진통 예고
  2. 트램부터 대통령 공약까지… 대전시 11월 현안추진 분수령
  3. 대전 삼성동 정비사업 속도 양극화… 일부 구역은 사실상 사업 멈춰
  4. 대전 '스토킹 신고' 전 연인 살해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
  5. “평생 꽃 팔며 살았는데”...갈 곳 잃을 위기 놓인 꽃마을 상인들
  1. “행정수도 완성 넘어 자족도시로” 세종형 성장동력 확보 과제 부상
  2. 중도일보 중부권 언론사 최초 50억 규모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주목
  3. [꿀잼대전 힐링캠프]"이웃사촌 세 가족, 대전서 특별한 핼러윈 추억 쌓았어요"
  4. 한국전쟁 상처와 평화 돌아보는 전시회 대전 테미마을박물관서 개막
  5. 충남대, 공주대 통합신청서 제출 재추진... 이행보장안 마련 돌파구 될까

헤드라인 뉴스


`지각·중도 퇴장·불참` 어수선했던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설명회

'지각·중도 퇴장·불참' 어수선했던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설명회

3일 충남도가 충남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마련한 정책설명회. 2027년 정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충남의 주요사업과 충남 발전을 위한 현안사업을 설명하고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설명회 장소인 서울 여의도 캔싱턴호텔에 오전 10시 제시간에 도착한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정문(천안시병)·황명선(논산·계룡·금산) 의원 2명. 뒤를 이어 5분 늦게 같은 당 문진석(천안시갑)·전은수(아산시을) 의원이 도착했고, 3분 뒤엔 국민의힘 성일종(서산·태안) 의원이 착석했다. 10시 10분이 지나면서 황명선 의원이 먼저 시작하자고 제..

허태정 "공공기관 유치 위해 시청사도 내줄 수 있다"… 대전 이전 희망기관도 잇따라
허태정 "공공기관 유치 위해 시청사도 내줄 수 있다"… 대전 이전 희망기관도 잇따라

허태정 대전시장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대전시청사까지 내어줄 수 있다며 강력한 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공공기관들의 대전 이전 희망 움직임도 잇따르는 가운데 대전시는 전국적인 교통 접근성과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앞세워 유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허 시장은 이날 11월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서라면 시청사 제공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기관 유치전에 뛰어든 만큼 기존의 유치..

세종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 절차 본격화…정부 공청회 개최
세종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 절차 본격화…정부 공청회 개최

중앙행정기관의 2차 세종 이전이 공청회를 시작으로 법정 계획 반영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며 본격화됐다. 공청회에선 성공적인 이전을 위해 국정 운영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전 기관 종사자의 이주 대책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행정안전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발표한 44개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 계획을 법정 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로,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관보에 고시되면 효력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