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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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세종 문화예술 도시 도약, 갈 길 멀다-하]
타 지자체 시설 대관시 문화예술 행사만 허용
일반행사 제한 등 통해 공연시설 정체성 살려야
조 시장 "세종, K-문화콘텐츠 허브 육성" 공약
문화자원 내실 다져 행정수도 걸맞는 인프라로

  • 승인 2026-08-13 16:36
  • 수정 2026-08-13 22:06
  • 신문게재 2026-08-14 3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세종시는 문화시설 부족과 재정난에 따른 건립 지연으로 예술인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등 열악한 문화 인프라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전문 공연장이 일반 행사 대관에 치중되어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내실화 작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시는 권역별 문화특화 로드맵 수립과 대규모 시설 확충을 통해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누리는 K-문화콘텐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약1
조상호 시장의 문화예술 공약 주요 내용 (출처=조상호 시장 블로그 갈무리)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세종 문화예술 도시 도약, 갈 길 멀다]

상. 시설 대관 그림의 떡, 타 지역 '원정 공연' 전전

중. 재정난에 문화시설 건립 지연… '즐길 곳'이 없다

하. 시민 모두가 향유 하는 문화시설로 나아가야



세종시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선 콘텐츠 발굴·육성 뿐 아니라 문화시설 확충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미 보유한 문화 자원의 활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예술인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 관리·운영 방안도 당면 과제다.

그러려면 앞선 시리즈 기사에서 지적한 대관 시스템의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세종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일반 행사의 대관 비중이 낮지 않아, 상대적으로 공연 행사 개최 빈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2024년부터 3년간 열린 일반행사 비율은 23% 수준으로, 연 40회 이상에 달하는 전체 대관 건수의 10건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행사 개최로 인한 시설 관리의 어려움뿐 아니라, 공연장으로서의 정체성도 흔들린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을 위한 무대가, 좌석 사용을 위한 일반 행사 개최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문제의 핵심은 문화·예술성이 배제된 모든 행사에 열려있는 대관 기준에 있다. 규모가 큰 지자체 주관 행사와 민간 행사들에 밀려, 정작 예술인들의 정기 공연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간 예술의전당(나성동)이나 문화예술회관(조치원) 장소를 일반 행사에 개방해 온 관례를 감안하더라도, 공연 시설은 공연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 만큼 운영 기준을 손질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집합 교육이나 기념 행사 등 무대가 필요 없는 일반 행사의 경우 컨벤션 센터나 호텔을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지역 MICE 산업의 성장과 활성화를 촉진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사용허가 캡처
세종시 문화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 제8조에 해당하는 사용허가 제한 내용. 문화예술성 행사에 대한 대관 기준은 담겨있지 않다. (사진=세종시 제공)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대관 제한 대상에는 예술성이 배제된 일반 기념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출처=대전시립연정국악원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대관 제외 대상 기준에도 예술성이 배제된 일반 기념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출처=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갈무리)
세종시는 문화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 제8조(사용허가의 제한)에 의거해 문화시설 훼손 우려가 있는 경우와 종교활동, 광고·판매 행위, 유료 강습·강연, 정치적 목적 사용의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대관을 허용하고 있다.

행사 목적이나 내용이 문화·예술성 행사가 아닐 경우, 대관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타 지자체 기준과는 상이 하다. 문화시설 관리 지침은 각 지자체별로 다른 상황인데, 대전 시립연정국악원과 대구 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예술성이 배제된 일반 행사는 엄격히 제한된다. 반면 천안과 공주는 세종과 같이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지역의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세종시의 대표 문화공연 시설인 예술의전당과 문예회관은 정체성에 맞는 전문 공연시설로 관리 운영해야 한다"면서 "관례적으로 운영되던 현 상황을 어떻게 개선 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 내 공연이 가능한 시설은 세종예술의 전당과 조치원 문화예술회관, 나성동 누리락(음악창작소)까지 단 3곳뿐이다. 나머지 박연문화관과 조치원 문화정원, 옛 산일제사 공장은 전시 및 창작, 교육, 연습공간 기능 등으로 운영 중이다.

조상호 세종시장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문화예술회관을 대관 중심 운영이 아닌 '제작 극장'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단 구상을 공약에 담아냈다.

공약2
조상호 시장의 문화예술 공약 주요 내용 (출처=조상호 시장 블로그 갈무리)
큰 틀에서 행정수도 세종을 K-문화콘텐츠 산업의 허브로 육성하고, 임기 내 매출 1.5조 원과 관련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문화예술 창작 기반과 산업 연계 인프라 부족, 문화브랜드 부재 등 삼중고에 놓인 지역 문화 생태계를 고려한 판단이다.

각 지구별 문화예술 특화 로드맵도 눈길을 끈다. 나성동은 국제적 문화예술 산업지구, 조치원은 공연예술관광특구, 연동면은 예술문화단지로 각각 조성하는 내용이다. 세부 전략으로 '세종시민문화계획' 수립과 '한예종(한국예술종합대학)' 유치를 통해 시민과 예술인 주도의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 의지도 밝혔다.

이에 취약한 문화기반시설의 기능 보강과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살펴보면, 세종시 문화시설은 전국 시설 비중의 1.1%(36곳)에 그치면서 최하위 수준의 열악한 문화 인프라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핵심은 정체성을 살린 문화시설 운영과 예술인·지망생 육성 강화, 조속한 문화공간 건립으로 요약된다.

당장 추가 기능 확충에 몰두하기보단 보유하고 있는 문화 자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대 시정의 문화예술 공약 현실 이행을 위한 구체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황진서 세종시 문화예술과장은 "열악한 문화 인프라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공약 이행을 위한 실무 점검 및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면서 "2500석 이상의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행정수도 위상에 걸맞은 문화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끝>
세종=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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