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안경 두 개

[공감 톡] 안경 두 개

  • 승인 2017-05-26 09:48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아침 일찍 안경점에 들렸다. 안경 두 개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늦게 시작한 공부 덕분에 책과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 보니 급격하게 눈에 이상이 온 것이다. 근시와 원시가 한꺼번에 와버렸다. 물론 다들 40대 후반부터 노안이 시작한다고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함과 동시에 오다보니 ‘내가 왜 느지막이 공부를 한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왜 갑자기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시작했지?’

몇 년 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삶을 놓겠다는 분이 계셨다. 믿었던 동업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빚만 떠안게 되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분을 살린 적이 있었다. 작은 돈이었지만 보내드리고 하시는 일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름 애를 쓰며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잘 살아가시길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 달리 갈수록 신세 한탄만 하시며 남에게 의지하려고만 하셨다. 그런 분에게 나는 큰 도움을 드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1년 넘게 파고다공원에서 무료‘김밥나눔’을 하는 동안 김밥을 받아가시면서 늘 불평을 하시는 노인분들과 노숙자들을 보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는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많다. 내가 드리는 김밥 한 줄 없다고 굶주리지 않는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움을 드리고자 ‘노인일자리센터’를 찾아가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소개하고 했지만 정작 그분들은 일 할 마음이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래 그것을 알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지.

알고보니 내가 했던 고민들이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어려움이었다.

파고다공원 김밥 무료 나눔을 시작할 때 극구 말리던 사람들 중에 사회복지사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 모든 문제들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나에게 닥칠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며 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애쓴다. 그런데 가장 힘들고 어려운 점은 클라이언트(Clident:사회복지학적 의미:사회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자 혹은 수혜자)들이 사회복지사들에게 너무 의지한다는 것이다. 맡은 클라이언트들은 많은데 클라이언트들은 작은 일에도 사회복지사들에게 너무 의지하다보니 많은 업무량과 심리적으로도 견디다 못해 그만두는 복지사들이 많다고 한다. 현재 사회복지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을 그만두는 사회복지사들도 많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줄 순 없다. 바로 눈앞의 어려움을 다른 이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하더라도 또다시 이와 같은 어려움이 온다면 또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착한 마음만 가지고서는 안 되며, 전문가로서 지녀야 할 충분한 지식과 기술, 변화하는 환경에 잘 대처하고 개입할 수 있는 판단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얕은 지식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제대로 돕는 복지사로서의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 돕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사회복지사들만의 일이 아니라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인 동시에, 힘들어하는 가족, 이웃, 사회, 나라, 인류를 위해 우리가 서로서로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래, 안경을 두 개를 끼게 된들 어떠랴. 제대로 자격을 갖춘 복지사가 되기 위함인 걸.

김소영(태민)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지방법원·검찰청' 8부 능선 돌파...과제와 기대효과는
  2. 개혁신당·조국혁신당, 충청공략 가속화… 첫 토론회와 당원 스킨십도 강화
  3. 어버이날 맞이 효 콘서트 대노복 노래자랑
  4. 이장우 시장 "소진공 이전 재고해야"
  5. [지식재산 날개다는 法] 특허법원 미완의 관할집중… 가처분·형사 논의 활발
  1. 대전 3대 하천 준설 두고 지역 환경단체 반대… 대전시 "응급조치 필요" 반박
  2. 충남도 '지적·측량분야' 미래기술 역량 확대 나선다
  3. [문예공론] 단풍나무의 노래
  4.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5.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연내 착공 추진

헤드라인 뉴스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레몬 차…아이스…카드를 이렇게 넣고, 다음은…" 지난 3일 오후 대전 동구 판암동 한 카페 안. 지난 6개월간 대전 동구에서 진행한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을 받고 키오스크 이용에 능숙해진 전경숙(70)씨를 만나봤다. 이 교육은 동구가 디지털 취약계층 해소를 위해 관내 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찾아가는 디지털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씨는 키오스크를 꾹꾹 조심스럽게 터치하며 'TEA' 메뉴 카테고리를 찾아 '아이스', '매장 컵' 등 차례대로 선택하며 마지막 결제 단계에 카드를 투입, 메뉴 주문을 끝냈다. 한..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광고해 임의로 디지털 콘텐츠 구독료를 결제하는 사기성 해외쇼핑몰 피해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올 2월 처음 확인됐고, 4월까지 11건 접수됐다. 상담 내용을 보면 정체불명의 해외 쇼핑몰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2700~3600원 수준에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광고를 보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6개 상자 중 운동화가 들어있..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의 국제크루즈선인 '코스타세레나'호가 처음 출항해 일주일간 여정을 떠난다. 충남도는 8일 서산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2024 서산 모항 국제크루즈선 출항식'을 개최했다. 출항식에는 전형식 도 정무부지사, 백낙흥 도 정책수석보좌관, 성일종 국회의원, 이완섭 서산시장, 백현 롯데관광 대표이사 사장, 프란시스코 라파 코스타 아시아총괄이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출항식은 축사, 관계자 감사패 및 꽃다발 증정, 축하 퍼포먼스, 기념촬영 등 순으로 진행했다. 이날 코스타세레나호는 2600명의 승객과 1100명의 승무원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