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복지 과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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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복지 과잉'이라니?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

  • 승인 2015-03-29 13:02
  • 신문게재 2015-03-30 19면
  •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
집권여당의 대표가 경제인들의 모임에서 '복지과잉론'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복지가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현재의 복지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재정의 부족을 설명하다가 곁길로 샌 주장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현재의 사회복지체계에 대해서 그런 허망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개탄스럽기 한량이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나 체계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모양새는 복지국가의 틀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와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아직도 크고 넓다. 국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하더라도 급여의 내용은 목숨의 연명 수준이다.

OECD의 평균 복지비용은 GDP 대비 21.6%이다. 우리는 단지 9.3%만을 공공부문의 복지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다른 일에 지출하는 돈이 많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과잉'을 고위 정치인이 언급한 것은 이슬비를 바라보고 소나기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복지비용이 현저하게 낮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 과잉'을 입에 담거나 '복지체계 조정'을 운운하는 것은 도대체 이 정부나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처절한 아픔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복지비용 지출 수준이 칠레보다도 떨어진다는 점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우리나라의 복지비용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먼 비용까지 포함된 비율이 그 정도라는 점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특히 경제규모에 비해서 국민들에 대한 보장성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지를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그저 답답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사회보장제도가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었다면 우리나라보다 복지비용의 지출이 많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에 망했어야 한다. 복지비용을 우리나라보다도 2배 이상 지출하는 나라들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차분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목매달고 있는 국민의 생산성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그 나라들은 더 높은 수준의 복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이다.

복지비용으로 인해 경제난이 초래된 세계적인 사례로 그리스를 들먹이는 분들이 있다. 그리스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두 번이나 받았음에도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천적인 이유로 복지비용의 과다지출을 지목한다. 하지만 그리스 경제난의 실체적 진실은 복지비용의 과다지출이 아니다. 그리스가 오늘의 경제난에 빠지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탈세의 누적과 부패의 만연 그리고 국가재정의 낭비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기구들이 추산한 바에 의하면 그리스 고소득자들의 연간 탈세액이 무려 30조원이다. 여기에 부패와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돈이 연간 수 조원에 이른다. 이러고도 나라가 온전하게 운영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 밑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특별히 그리스의 경제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데도 소수의 재벌들은 탄탄대로다. 심지어 이들은 직접 정치에까지 개입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보고는 가히 충격적이다.

복지비용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복지비용이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주장은 경제학적으로도 잘못된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국가재정을 모두 사회복지에 투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도대체 제대로 된 사회복지를 해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복지 과잉을 걱정하는 것은 달리기 선수가 달려보지도 않고 숨만 헐떡거리는 모양과 다를 바가 없다. 복지 과잉을 말하기 전에 '다른 과잉들이 없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국민을 생각하는 바른 자세다.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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