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3집을 녹음하고 들어보면 마음에 늘 부족한 면을 느껴요.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는 어렵지만 그저 아마추어가 어려움 극복해가며 플루트 곡 집을 내는 좋은 의지가 저 자신을 키우고 성숙되게 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죠."
대전평화방송 사장을 지내고 천안 신부동 성당 주임신부와 대전 내동성당 주임신부를 역임한 김정수 바르나바 신부가 사제 서품 45주년을 기념해 플루트 3집 앨범을 낸 뒤 26일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정수 신부는 "이런 느낌으로 저의 플루트 곡을 낸 보람을 스스로 느껴보는 재미가 남이 잘됐다 못됐다 평가하는 것을 떠나 저 자신이 얻은 생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사제의 현장 직무에서 손을 놓은 지 4년째 되어가는 어느 날, 해가 서산에 넘어갈 무렵 붉은 노을이 콘크리트 건물 정부청사를 비추는데 건물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웅장했다"며 "이때 플루트를 꺼내어 소리를 내봤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청사를 마치 미국의 워싱턴 광장을 바라보듯 상상하며 '워싱턴 광장'이라는 곡을 플루트로 연주하니까 기분도, 마음도 넓어지고 흐뭇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플루트를 몸에 지닌 지 어언 20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 단지 개인적으로 약했던 폐의 건강을 위해 처음 시작한 플루트를 현재까지 오랜 친구처럼 유지하게 한 것은 허정인 안젤라 선생님의 덕이라 여겨진다"며 "처음에 제가 낸 플루트 소리에 '와~ 소리난다!'하고 외치던 그때 모습을 회상해 본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선생님이 주시는 곡을 한 곡 한 곡 연습하면서 여러 곡을 익혔을 때 선생님은 녹음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대전 용문동에 있는 LP SOUND 녹음실을 찾아가 여러 차례 녹음해 2014년 11월 초에 CD를 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신부는 "그때가 2014년 12월 7일 사제 서품 40주년을 앞둔 때였고, 신자들과 지인들에게 사제 서품 40주년 기념으로 기쁘게 선물했다"며 "그 뒤로 계속 플루트를 배우며 제가 좋아하는 가곡, 민요, 동요 등 노래를 선곡해 선생님께 악보를 부탁하며 익혀나갔고 '김정수 바르나바 신부의 플룻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라는 제목으로 성가와 함께 22곡을 수록한 2집을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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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월평동 LP 사운드에서 CD 제작진들과 함께 한 김정수 신부 |
김 신부는 "퇴임 후 플루트를 불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을 계속 선곡해 3집을 내게 되니 바로 사제서품 45주년 기념선물이 되었다"고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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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인 플루티스트, 서윤교 지휘자 등 제작자들과 함께 한 김정수 신부 |
김 신부는 "CD 3집 녹음을 마치고 나니 풍족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최근 나이가 들어 앞니를 교정하니 플루트로 들어가는 호흡의 위치가 달라져 소리를 다시 잡는 데 애를 먹고 기본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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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서품 41주년과 은퇴 기념 연주 |
특히 "몸과 입에 불필요한 힘을 주어 불면 소리가 잘 나지 않고 탁해지고, 마음과 몸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조율해 깊은 호흡을 잘 모아 불어 넣으면 좋은 소리가 나는 감각을 이제야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참으로 겁 없이 시작하고 겁 없이 CD를 냈던,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용감했던 저 자신이 아니었나 싶다"며 "CD를 위해 인내로 함께 해 준 선생님과 제작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제 생애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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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김정수 신부 |
김 신부는 "사제 서품 45주년을 맞이한 음악과 플루트를 사랑하는 원로 사제가 서툴고 부족하지만 성의를 다해 지인들과 신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드리니 모든 분들이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으시고 마음에 평화를 누리시기를 희망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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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서품 25주년 기념 연주하는 김정수 신부 |
한편 김 신부는 이번 3집에서 '고향의 봄','엄마야 누나야', '당신 앞에 엎드려','오빠 생각','즐거운 나의집' ,'자장가','봄처녀','과꽃','할아버지시계','언덕위의집','어메이징그레이스','보리밭','경사롭다','그리운 금강산','주님의 뜻을 이루소서','주의 빵을 서로 나누세','목자를 따라서','한많은 슬픔에', '주예수 바라보라','착하신 목자'.'홀로아리랑'.'사공의노래','선구자','바위고개' 등을 연주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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