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코로나19, 재앙 속에서 선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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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코로나19, 재앙 속에서 선물찾기

  • 승인 2020-03-19 09:46
  • 신문게재 2020-03-20 23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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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 의장주교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 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 질환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3월 18일 기준 162개국에서 19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와 7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대믹 Pandemic)으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8413명의 확진자, 84명의 사망자(3월 19일 기준)가 나와 공무원과 의료진, 봉사자들과 국민 모두가 고통 중에 바이러스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도 미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게 되면 스스로를 의심해 면역력을 높이려 애를 쓰며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거나 손을 깨끗이 자주 씻고 쌍화탕을 먹는 등 감염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 집에 머물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우리는 갑자기 집에서 긴 시간을 지내게 됐고 가족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도전도 받는다. 특히 자가격리 중인 식구가 생기면 다른 식구들은 긴장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며 같이 감염되기도 한다. 직장을 중심으로 사는 현대인들에게 집안에서 식구들과 오래 머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과 같다.



식구들이 함께 오래 집에서 머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에 한 집에서 오래 머무는 것 그 자체가 큰 모험이다. 아주 작은 행동이나 말이라도 사소한 것이 없는 법이어서 눈짓 하나가 큰 위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된 긴 시간은 재앙일까, 뜻밖의 좋은 선물일까.

가족 안에는 부모와 자녀라는 세대 간의 차이가 있고, 성별이 다르기도 한데, 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야 긴 시간을 잘 지내는 것인가? 또한 형제자매끼리는 집에서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때 서로 간의 차이를 무시하면 방향이 틀어지게 된다. 예컨대 자기 경험을 몸으로 표현하는 남편과 이성적 언어에 익숙한 아내가 한 공간에 있을 때 잘 지내려면 그 차이를 깊이 볼 줄 알아야 한다. 서투른 판단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감정이 쌓여서 폭발하게 된다. 잘 지내고자 하는 마음과 달리 현실은 부서진 관계가 된다.

식구들이라도 나와 항상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 식구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위험이 다가오지 않는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을 잘 설명하게 된다. 그것이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든 말로 표현하는 것이든 상관없다.

식구들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한 말과 행동이 식구들에게 지옥이 될 수 있다. 천국이길 바라면서 한 내 말과 행동이 실제로 천국이려면 아주 부드러운 말과 아주 부드러운 행동이어야 한다. 부드러운 말과 행동은 내가 침묵하고 상대방을 듣는 것에 기반 돼야 한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교만하라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식구들에게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부모세대들은 그래서 어린 자녀들에게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는 자녀세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코로나19는 부모세대들의 삶의 결과이니 자녀세대들의 미래를 빼앗지 않으려면 자녀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 뜻하지 않은 재앙 속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주어진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다. 이 안에서 서로 다투지 않고 이해하면서 복 있는 시간을 만나기를 바란다. 이 시간 동안 자신이 버려야 할 습관을 버리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고, 가족들 사이에 긴장없이 이야기할 공간이 되면 좋을 것이다./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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