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파탈 명화살롱] 승리를 빼앗아오는 치명적 아름다움

  • 문화
  • 백영주의 명화살롱

[팜므파탈 명화살롱] 승리를 빼앗아오는 치명적 아름다움

[백영주의 팜므파탈 명화살롱] 1. 유디트

  • 승인 2017-05-17 11:02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유디트의 귀환>, 1472, 보티첼리
▲ <유디트의 귀환>, 1472, 보티첼리

[백영주의 팜므파탈 명화살롱] 1. 유디트


경국지색(傾國之色)이 팜므 파탈의 대명사일 만큼 역사를 통해 전해지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최후는 물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대부분 곱지 않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매력과 그 뒤에 숨겨진 각기 다른 메시지들이 우리에게 교훈, 또는 감동을 주기에 그녀들의 이야기는 계속 전해진다. 아름다움은 앞서 말한 것처럼 나라를 기울이게도 하지만,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바로 유디트의 이야기다.

유디트는 구약성서 외전 ‘유디트기’ 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베툴리아 마을의 젊은 과부였다. 이 마을에 아시리아 군대가 쳐들어오자, 그는 적진에 홀로 뛰어들어 홀로페르네스를 미모로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잠든 틈을 타 목을 베어 아시리아 군이 물러가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역사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식 구약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유디트기의 집필 의도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민족으로부터 핍박과 고난을 당했던 시기에 그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였음이 명백하다. 이에 따라 유디트의 영웅담은 다윗과 더불어 거대한 적에 대항하여 신의 도움으로 승리한 종교적인 인물로 알려지게 된다.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기 전 신을 부르며 그에게 기도하고, 유디트가 나선 이유도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이었기 때문에 중세 시기의 유디트는 ‘무절제’와 ‘욕정’을 상징하는 홀로페르네스에 반대되는 ‘겸손’과 ‘정숙’이라는 미덕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받들어졌다. 홀로 나서 아름다움만으로 전장에 승리를 가져다 준 그녀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599, 카라바조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599, 카라바조

보티첼리가 그린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칼을 당당히 손에 든 채 머리를 지고 가는 하녀를 데리고 당당히 길을 나서는 영웅적인 면모를 과시한다. 그에 반해 카라바조는 유디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화폭에 주로 담아내는 그는 홀로페르네스와 유디트, 그의 시녀를 통해 남성과 여성, 늙음과 젊음,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강렬한 대비를 한 화폭에 모두 담아냈다.

홀로페르네스가 지르는 비명이 당장이라도 들릴 듯 고통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생생히 표현했으며, 유디트 역시 결연한 각오로 적장의 침실에 들어왔을 텐데도 적장의 목숨을 끊을 때만큼은 눈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혹은 경멸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한층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제치고 유디트를 모델로 한 그림 중 가장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은 클림트의 <유디트>일 것이다.

클림트 이전의 예술가들은 유디트가 적장의 목을 베는 행위나 정의로운 영웅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왔다면, 클림트는 섹슈얼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적장의 머리를 들고 승리감 혹은 황홀감에 젖어 가슴과 배꼽을 드러낸 채로 살짝 입을 벌린 그녀의 표정은 작품 밖의 감상자들을 에로틱한 상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클림트 특유의 황금빛 색채는 여기에 화려함을 가미해 사랑에 빠진 자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치명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애국심의 현신으로 여겨지던 유디트를 팜므 파탈로 재해석해 낸 클림트의 담대한 작품은 이후 유디트를 팜므 파탈의 대표격으로 손꼽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리잡았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유디트 1>, 1901, 클림트
▲ <유디트 1>, 1901, 클림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2.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5.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1. 기계연 공기정화 자동차는 연비저감 1% 어떻게?…별도의 송풍장치 없어 가능
  2.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3. 홍인숙 시인, 세 번재 시집 '너없는 이곳에 꽃은 여전하고' 출간
  4. 출범 100일 앞둔 '조상호 세종시정부', 재정난 뚫고 도약 주목
  5. 2027 수능 앞두고 과목별 유불리 커져…9월 모평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및 지출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지방재정 축소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이 미래대응기금 내 지방 배분 비중 확대와 지방의 자율적 재정운용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여당에 공식 건의했다.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및 지방교부세 개편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해 지방재정 안정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수현 지사는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공지능(AI)·첨단산업 전환 등 대격변기에 추가 세수를 미래성장동력..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전국 최초의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 29일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 탄생을 노크하고 있다. 이날 중도일보 기자가 개관 현장을 가본 결과, 머릿 속으로 그린 것 이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날 함께한 다수의 인사들과 방문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가족들과 재방문을 예고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은 2011년부터 장기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9년 본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총사업비 983억 원 투입으로 이날 개관했다. 시설은 연면적 1만 4980 ㎡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 신고 재산은 28억 원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 대상은 6·3 지방선거 당선자 가운데 새롭게 재산등록 의무가 발생한 신규 선출직 공직자로, 초선 여부와 관계없이 재선 등으로 기존 재산등록 의무가 계속되는 당선자는 이번 수시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3 지방선거 신규 선출직 공직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5억 4539만 1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허 시장은 배우자 명의 대전 유성구 노은동 아파트 1채 4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