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후배에게 갑질한다는 무용학과 내부고발로 학생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군기 문화'의 악습을 막을 학교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공개된 충남대 무용과 내부 규칙에는 1학년들에게 가혹한 내용이 수두룩했다. 학생회가 사실과는 다르다고 해명 했지만 술집에서 자기소개를 하거나, 샤워기 사용 제한, 집합 시 고개를 젖혀 천장 바라보기 등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은 8일 현재 수백 명의 학생이 비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선배 갑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기 문화가 만연한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는 해마다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시절이 어느 땐 데 아직도 이런 일이 있느냐'며 한바탕 시끄럽다가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진다.
최근 지역 사립대에서는 신입생 대면식 참여를 강제 요구해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복장 규제, 인사 강요 등 사라지지 않는 '선배 갑질'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신입생 김 모씨는 "대면식 참석은 자유라고 했지만, 불참 사유를 선배들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다"며 "개강파티나 MT 등 학과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불참비를 걷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의 대처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쉬쉬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각종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해당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사를 하겠다는 식이다.
학생들은 "매 학기 되풀이 되는 똥 군기 논란을 막기 위해 교수들과 학교가 나서야 한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행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학교 차원 전수조사는 물론, 인권센터를 통해 무용과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사실로 드러난다면 학생으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칙과 규정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무용계 특성상 인력 풀이 작아 강압적인 문화가 더 굳어져 있어 이런 문화가 쉽게 없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무용학과뿐 아니라 타 학과에도 군기 문화가 남아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아직 전수조사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회의를 거쳐 정해야 하는 만큼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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