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헌영 시인 '내 시는 없다' 발간… "샘머리 아이들은 시를 품은 원석"

  • 문화
  • 문화 일반

[인터뷰] 박헌영 시인 '내 시는 없다' 발간… "샘머리 아이들은 시를 품은 원석"

정자 앞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시집에 담아
시집에 아이들 이름만 56명, 시집 150권 직접 선물
"아이들 순수함에 마음도 치유, 근심걱정 사라져"

  • 승인 2020-05-19 16:1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내 시는 없다
박헌영 시인
박헌영 시인
박헌영 시인이 샘머리아파트 단지 내 정자에서 4년 동안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쓴 시를 묶어 시집 '내 시는 없다(한국문연)'를 펴냈다.

세상에 안 예쁜 아이가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샘머리아파트 아이들의 비밀친구다. 2단지 앞 정자에 모여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비밀을 들어주고, 말투도 교정해준다. 때론 어른처럼, 때론 친구처럼 고민의 무게를 덜어 주다 보니 이제는 단짝 친구들처럼 편한 사이가 됐다.

동네 엄마들도 이제는 박 시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할 정도니, 이 정도면 샘머리아파트의 어린이 지킴이라 부를 만하다.

박헌영 시인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렸을 때 목척교와 선화동 인근에서 살았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아이들을 통해서 순수성을 다시 느껴본다"며 "문학적 의식을 안 하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그대로 시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내 시는 없다'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동명이인 포함 65명 나온다. 시 제목이기도 하고, 시 문단마다 등장해 친근하게 부르고 싶어진다. 시인은 시집이 나온 후 150권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박 시인은 "또래 할아버지라고 사인을 해서 줬다. 시에 이름이 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없는 아이들에게도 선물했더니 꼭 끌어안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전했다.

시인과 만난 아이들은 천천히 변해갔다. 한 아이에 대한 시를 써줬더니 어머니가 코팅해서 아파트 단지 나무에 걸어두었단다. 아이는 자신이 시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었고, 밝아졌다. 시인은 이렇게 소소한 기쁨과 순수 에너지를 아이들을 통해서 얻고 있었다.

박헌영 시인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만사 근심을 잃어버린다. 바라만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만 행복하다. 최근 2~3년 동안 마음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치유해 줬다"고 강조한다.

박헌영 시인이 '내 시는 없다' 시집을 내기까지 인연의 힘도 작용했다. 책 표지 그림은 금강의 화가 기산 정명희 선생, 시집 서평은 안도현 시인, 시집 총평은 정순진 전 대전대 교수가 도움을 줬다.

박헌영 시인은 기산 선생님과 친구인 안도현 시인에게 도움을 구할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시집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 교과서에서 선생님 그림과 친구의 시를 볼 텐데, 또래 할아버지 시집에서 이름을 봤다고 하면 우리 서로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말이다. 덕분에 기산 선생님은 그림 두 점을, 친구 안도현 시인은 정성스런 서평을 보내왔다고 한다.

박헌영 시인은 "나에게는 아이들은 시를 품은 원석"이라고 말한다. 샘머리아파트 2단지 앞 정자, 그곳은 박 시인의 문학 놀이터이자 원석들을 만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나성동 '도시상징광장'서 매주 릴레이 축제
  2. 이종수 미술관 건립 '빨간불' 정부 사전평가 또 고배
  3.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 참가기업 모집
  4. [사이언스 칼럼] 4개의 사과 이야기
  5.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 키오스크 등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1. 대전둔산경찰서-서구청, 둔산동 클린화 캠페인 진행
  2. 거점국립대 교수 시국선언 "의대 정원 합리적 조정을"
  3. 학생 안전관리에 학부모 민원까지… 교사 현장체험학습 '이중고'
  4. "가뜩이나 어려운데…" 식당서 먹고 튀는 '무전취식' 횡행
  5. [포토]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주민자치, 지방시대 실현의 필수 조건"

헤드라인 뉴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취임 2주년] 국힘 “진솔”· 민주 “실망”· 조국당 “3년은 너무 길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솔했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혹평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선 찬성하며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모든 현안에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즌1 파이널 경기 10일 성공적 개막

'202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 시리즈(PMPS)' 시즌1 파이널 경기가 10일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대전드림아레나)에서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이번 경기는 앞서 3월에 개최된 시즌0에 이어 본격적인 프로시리즈가 시작되는 경기로, Beyond Strotos Gaming, Dplus 기아, 덕산 ESPORTS, Eagle Owls, emTex StormX, 젠지 Esports, IFYOUMINE GAME PT, 미래앤세종, 농심 RedForce, ROX, ANGRY, FOCUS, INFINITY, Join uS, VEGA ESPOR..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따뜻한 한끼에 커지는 나눔…도시락 봉사 훈훈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50대 음식점 사장이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중구 오류동에서 도시락과 토스트 전문점 '나두나두'(NADU NADU)를 운영하는 김은주(51)씨다. 김씨는 얼마 전 중도일보 유튜브 '곽성열의 판 깔아드립니다' 생방송 중 댓글 이벤트에 당첨된 당첨자 이름으로 손수 만든 도시락을 중구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무료로 주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았다. 김씨가 전달한 도시락은 흰쌀 밥에 국, 일곱 가지 반찬이 곁들어져 있어 든든한 '한 끼'로서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金값된 김값’…장바구니 물가 부담

  •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온천에 빠지다’…유성온천 문화축제 10일 개막

  •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린 관심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