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3강 흥청망청(興淸亡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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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3강 흥청망청(興淸亡請)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8-16 10:5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33강: 興淸亡請(흥청망청) : 흥에 겨워 마음껏 즐기며 거드럭거리는 모양

글자 : 興(일어날 흥) 淸(맑을 청) 亡(망할 망) 請(청할 청)

출전 : 성종실록(成宗實錄), 한국의 인간상(韓國의 人間像) 한국고사성어

비 유 : 돈이나 물건 따위를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7월 30일 모 일간지를 보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시간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5년 동안 공공기관의 부채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줄어들었던 것이 그 다음 정부에서 거의 100조 가까이 증가했고, 인력은 11만 5000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간 소득주도성장이란 경제정책에 따라 경제는 추락하고 민심은 분열되어 적지 않은 혼란이라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구덩이 속에서 헤매어 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이는 단지 공공기관만 언급된 명세서인데도 이러한데 국가 모든 면을 저울질 해본다면 항간에 떠도는 국가부채 1000조 원을 상회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虛言)은 아닌 듯하다

1조라는 돈은 엄청난 액수이다.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엔 상상하기 힘든 숫자이다.

간단히 계산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100만 원씩 매일 쓴다면 3000년을 써야 되는 엄청난 돈의 액수인 것이다. 그것이 빚이 1000조라니 부글부글 끓는다.

한마디로 빚내어 국가관리를 흥청망청(興淸亡請)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것이다.

흥청망청은 한자로 '興淸亡淸'인데 여기서는 興淸亡請으로 하였으나 내용은 같다.

조선 제 10대 연산군(燕山君/ 1476 ~ 1506)은 어머니 윤씨(尹氏)가 품행이 사악(邪惡)하다 하여 성종(成宗/ 1469 ~ 1494)에 의해 폐비(廢妃)되어 사약(賜藥)을 받고 죽자 계모이자 중종(中宗)의 어머니인 자순대비(慈順大妃)에 의해 길러졌다.

그는 왕위에 오른 뒤 생모의 죽음에 대해서 알게 되자 충격을 받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한 나머지 사치(奢侈)와 향락(享樂)을 일삼았다.

연산은 채홍사(採紅使/ 창기 중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뽑는 벼슬아치)와 채청사(採淸使/ 처녀 중에서 장래 아름다워질 여자 아이를 뽑는 벼슬아치)를 전국에 파견하여 얼굴이 예쁜 기생과 처녀는 물론이고 여염집의 아낙네까지 불려 올렸다.

그리고 기생을 '흥청(興淸)' 또는 '운평(運平)'이라 했다.

'흥청'이라는 말의 본디 뜻은 '나쁜 기운을 씻어낸다'는 말로서 기생들과 어울려 놀면서 마음 속에 쌓인 나쁜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기생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연산은 또 성균관(成均館)과 운각사를 폐지하여 유흥장으로 만들었다.

지방의 창기들은 궁에 들어와 흥청이 되는 것만으로도 지체가 높아졌는데, 왕과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면 천과흥청(天科興淸)이라 하여 급수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기녀는 그보다 낮은 지과흥청(地科興淸)에 머물러야 했다.

연산의 이런 패륜은 신하도 가리지 않아 교리(敎理)이장곤(李長坤)의 처(妻)까지 범했다. 그런 사실을 안 이장곤은 처를 살해하고 전라도 보성으로 도망갔다. 그런데 마침 보성군수가 친구여서 그의 도움으로 백정(白丁)양수척(揚水尺)의 사위가 되어 지냈다.

그 후 연산군이 몰락하고 중종이 즉위하자 이장곤은 다시 복귀하여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다. 그 바람에 백정의 딸은 정경부인(貞敬夫人)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렸다.

또 도총관(都摠管)을 지낸 박원종(朴元宗)의 누나는 연산의 백부(伯父/ 큰아버지)인 월산대군의 후처였는데 연산이 어느 날 뜰을 거닐다가 백모(伯母/ 큰어머니)를 보고 그 미모에 반해 자기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 봉변을 당한 백모는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박원종은 이 사건을 계기로 나중에 반란을 일으켜 연산을 몰아내는데 앞장을 섰다.

연산은 흥청거리며 집권 기간을 지낸 관계로 스스로 망하기를 자청하였다. 그래서 흥청망청(興淸亡請)이라는 말이 나돌게 되었다. 그러니까 흥청거리다가 스스로 망하는 일을 끌어 들였다는 망청(亡請)이 된 것이다.

앞에 언급한 공공기관의 방만하고도 제멋대로인 운영관리, 이것이야 말로 국민의 눈을 피해 국민의 혈세(血稅)로 빚잔치한 흥청망청의 국가운영이 아닌가! 또 이들의 정책에 동조하고 앞장 서 이 해괴망측한 드라마를 조장(助長)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것을 이제까지 와서 뉘우치고 회복할 생각은 않고, 수사방해라는 속임수로 조사를 피하려고 하다니 새삼스러이 그들의 국민에 대한 사기극에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따름이다.

우리는 과거를 회복하려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60 ~ 70년대 경험한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흥청망청으로 좋은 세월 잘 지내신 분들에게 국민들의 준엄한 물음이 있어야 하고, 그들은 성실한 답변이 있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답변 여하에 따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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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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