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거친 목재가 사포질을 거쳐 단단한 가구가 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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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거친 목재가 사포질을 거쳐 단단한 가구가 되듯

김소연 다정중학교 교사

  • 승인 2026-07-09 15:21
  • 신문게재 2026-07-10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교단만필] 다정중 김소연 사진
김소연 다정중학교 교사
교직에 몸을 담은 지 어느덧 5년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아이가 내 교실을 거쳐 갔다. 여전히 서투른 교사로서 흔들리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문득 나의 부족했던 학창 시절을 돌아보곤 한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시절, 나를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셨던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물 어린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받은 과분한 사랑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나가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겸손하게 교문으로 향한다.

중학교 2학년 담임으로 만났던 첫 제자 A학생은 유독 사춘기라는 거친 파도를 심하게 앓으며 학교 안팎에서 마음의 방황을 하던 아이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적응이 쉽지 않아 전학을 가는 등 굴곡이 많았지만, 고맙게도 A학생은 힘들 때마다 나를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려주었다. 미숙한 교사였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A학생이 미처 보지 못했던 본래의 착하고 여린 장점들을 넌지시 짚어주는 것뿐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A학생은 이제 한때의 방황을 딛고 "선생님처럼 흔들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며 당당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교사가 아이를 변화시켰다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숨은 가능성을 꽃피우는 여정에 마침 내가 작은 징검다리로 놓여있었을 뿐이다. 한 아이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의 무게감과 감사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인연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모나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눈부시게 드러내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교사로서 깊은 경외감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몇 해 전 만났던 B학생 역시 가출을 일삼으며 주변을 걱정시키던 아이였지만, 내 눈에는 학급 공동체를 중요시하고 친구들을 위할 줄 아는 남다른 리더십과 의리가 먼저 보였다. 그저 B학생의 거친 행동 뒤에 숨은 '장점'에 부지런히 눈길을 주고 믿음을 보냈을 뿐인데, B학생은 감사하게도 교실 안에서 소외된 친구를 가장 먼저 챙기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거듭나 주었다.

B학생이 무사히 졸업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학년 때도 담임을 맡았던 해, 우리 반에 상처로 마음을 닫고 급식실에서조차 마스크를 벗지 못하던 C학생이 찾아왔다. 놀랍게도 내가 아닌 B학생이 먼저 넉살 좋게 C학생의 짝꿍을 자처하며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내가 준 작은 관심이 B학생이라는 통로를 거쳐 C학생에게 흘러간 모습을 보며, 교육은 교사의 거창한 지도가 아니라 아이들과 맺은 따뜻한 관계의 대물림임을 배웠다.

이러한 만남과 배움은 나의 본업인 '기술 수업'을 통해서도 더욱 두터워진다. 나는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늘 눈높이를 낮추려 노력한다. 모둠별 수행평가와 실습 중에도 아이들이 낙오되지 않게 끊임없이 교실을 서성인다. 특히 기술 교과는 선행학습을 하는 사교육이 거의 없다 보니, 다른 교과 성적이 낮아 늘 주눅 들어 있던 학생이라도 수업 시간에 조금만 땀을 흘리면 얼마든지 성취감을 맛볼 수 "선생님, 저도 열심히 하니까 되네요!"라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수업을 통해 얻은 작은 성공의 경험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우는 작은 발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 작은 기적들을 보며, 나는 교사의 노력 못지않게 학부모와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절감한다. 학교가 다소 엄격한 규칙으로 아이를 지도할 때, 학부모가 교사의 진심을 신뢰하고 가정에서 이를 지지해 줄 때 교육은 비로소 완전해진다. 학교와 가정이 단단하게 손을 잡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가장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바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아직 미혼이지만 매년 교실 문을 열면 아이들은 모두 내 핏줄이자 아픈 손가락인 '내 새끼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아끼지 않고 자주 표현하곤 한다. 오늘도 교실 문을 열며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인사를 건넨다. "내 새끼들, 선생님이 오늘도 너희를 많이 사랑한다!" 학교와 가정이 함께 쌓아 올린 이 소박한 울타리가 거친 사춘기의 바다를 항해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겸손하게 교단에 선다. /김소연 다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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