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1-09-12 10:56
  • 신문게재 2021-09-1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민족이 혈연 공동체이자 언어·역사 공동체라는 의미를 강하게 지니게 된 것은 1900년 이후인데, 이때부터 국권 침탈의 위기 속에서 민족 담론을 통한 자각 의식이 본격적으로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우리 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은 점차 공유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단일 민족의 개념을 한 나라의 주민이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민족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도 이민족의 유입이 없던 것을 뜻한다기보다는 이민족이 결국 원주민에 동화되어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게 된 집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전적 의미로서의 단일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일 수밖에 없다.

최근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유산이고 우리 민족의 원형성을 나타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일성'이 갖는 배타적 의미와 그동안 집착된 이데올로기로 말미암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우리 사회는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방적이고 국제적 교류가 확대되고 세계시민의식과 보편적 공동체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역동적 현상을 감안해 봤을 때 우리가 단일 민족 공동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가 도입되고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증가하고, 결혼 이주 여성의 급증과 외국인 유학생의 유입에 따른 외국인 체류 인원의 증가는 자연히 한국 사회의 구성원 분포도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공동체 내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의 실제적 모습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물론 다문화 사회를 규정하는 외국인 비율의 객관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고 외국인 수가 한국 전체 인구에 10%도 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다문화 사회라고 진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가 급속하게 글로벌화 되어 가는 현실과 한국 내 외국인 수가 4% 이상이 되어 2백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구 유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대비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가 5% 이상을 차지하고 이로 인한 문화적 다양성이 표출되고 있어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급격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문화와 정체성을 상호 인정하면서 사회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는 문화 상대주의 입장에서 이들에 대한 '차이'를 인정(acceptance)하기보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에 경도되어 '차별'하고 부인(denial)하고 있다. 더욱이,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에는 국내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즉, 급속한 경제 성장에 기인한 고용 증가와 이른바 3D 직종의 기피 현상에 따라 산업 인력이 부족해지자 우리나라는 1993년 산업 연수생 제도를 도입했으며, 2003년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를 제정하였고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를 시행하였으며, 2007년부터는 기존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를 고용허가제로 통합·실시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유입이 증가하여 현재 54만 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유입 인구의 대부분은 단순 노동 인력이어서 한국 사회에서 차별적 대우와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제결혼의 증가에 따른 다문화 가정의 수는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어의 미숙으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가정 내 교육적 지원의 미비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생활 부적응과 정서 불안 및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니 다문화 가정의 가족 기능을 강화하는 등 바람직한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외국인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교육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이 겪는 어려움의 중심에는 언어 문제가 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