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6월 1일 이후 마주할 우리의 얼굴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6월 1일 이후 마주할 우리의 얼굴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22-05-29 08:59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은영 사무처장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이변은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기후위기가 생존의 문제라는 시민들의 의식이 커졌기에 이번 선거에는 기후위기 관련 의제가 크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약의 대부분은 지역 개발과 인프라 확대 공약, 교통망 연계를 제목으로 하는 개발사업들이 많았다. 집에 도착한 공보물에는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공약은 눈에 보이지 않고 팽창과 성장만을 강조하는 개발 공약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의제가 주요공약으로 떠오르는 선거가 되길 바라며 '대전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시민이 만든 10대 녹색전환 정책'을 공동으로 선정·발표했다.

10대 녹색전환 정책은 202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25% 감축,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 불평등 해소에 필요한 지표 마련, 2023년 대전광역시 기후위기대응기금 마련과 탄소인지예산제도 조례제정 등을 주요하게 선정했다. 1인당 1만원 생태전환 교육 예산 확보,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최종에너지 소비 10% 감축 및 재생에너지 발전량 10% 상향, 건물 그린리모델링 지원,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40% 및 자전거 수단분담률 10% 달성, 자원순환센터 설립, 녹색 일자리 마련 및 사회적 금융 구축 등의 의제도 담겨있다.

지역 기후위기 대응운동 연대체인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에서 이 10가지 의제를 각 당 시장후보에게 공약으로 제안하며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기도 했다. 한 명의 후보에게만 답변이 도착해 대응 의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한 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 여부와 별도로 살펴본 대전시장 후보들의 5대 공약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의지가 담긴 내용은 없었다. 일부 복지공약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재개발, 도로나 도시철도 신설 등 개발 위주의 공약이 차지하고 있었다. 국제협약에 의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해지고 탄소중립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도 지방선거의 주제는 여전히 개발과 일자리로 갈음되는 경제성장이 주요했다.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공감하며 생존과 삶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개발공약이 있어야 승리한다'는 룰이 지배적인 지역 선거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의 전환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판단하는 정치의 모습이 심히 우려스럽다.

기후위기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오랫동안 견뎌오고 있고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직면하고 있는 시민들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지역사회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의 낡은 개발논리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며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끝도 없고 그 한계도 모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성'을 갖춰 갈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 후보의 5대 공약에는 없지만 일부 구청장 후보, 진보정당 시·구의원과 비례대표 후보들이 기후의제를 주요공약에 담고 있어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그나마 선택지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저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하며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 가는 '죽은 물고기가 되지 말라'는 충고를 남겼다. 6월 1일 이후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뽑았든 뽑지 않았든 곧 당면하게 될, 지역민들이 선택한 '우리의 얼굴'이다. 그 앞에서 '나는 당신을 뽑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 얼굴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역사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고 말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얼굴이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후문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은 '죽은 물고기'가 될 수 없다. 지역의 전환을 위해 계속 이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4.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5.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1.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2.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3.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4. 올 김장철, 배추 등 농수산물 수급 '안정적'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