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단체와 대화를 강조한 지 1주일 지났으나 협의는 시작되지 않고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축소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충남대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사태 장기화에 따라 지역 의료계에서도 진료 시간 축소가 논의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시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일 지역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상대책위에 소속된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대전의 상급종합병원 비대위에서도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기 때문이다.
담화 이후 충남대병원 비대위는 곧바로 입장을 발표하며 "이번 담화는 매우 실망스럽다. 의료계와의 대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의대 교수 등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와 피로가 심화되면서 대전에서도 진료 시간 축소가 논의되는 상황이다.
앞서 전의교 비대위 측은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근무를 오프(중단)하는 원칙을 지키도록 권고한 상태다.
이미 대전의 일부 병원에서는 각 과마다 자율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하도록 했으며, 건양대병원에서는 전국 비대위 권고에 따라 24시간 업무 후 다음날에는 근무를 제한시키고 있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의 경우 업무량이 많아 근무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교수들이 많았다는 것이 의료계 측의 설명이다. 이에 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앞으로 응급 및 중환자 등의 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진료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대병원 비대위 관계자는 "이제 강제적으로 주40~52시간 근무가 큰 틀에서 다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며 "비대위 차원에서 협의해 방안을 만들고 지켜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양대병원에서는 추가적인 대응에 대해 전국 비대위 회의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양대병원 비대위 측은 "대통령 담화 이후 전국 비대위가 긴급회의를 하게 돼 회의 결과를 보고 우리 병원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주40~52시간 이하 근무시간 조정에 대해서는 병원 내부적으로 회의를 했는데, 입원한 환자가 있으면 전체가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별로 입원환자가 없으면 주 52시간은 지키지만, 그렇지 못한 과는 할 수 없어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를 위해 대전의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한 이성우(61) 씨는 "호흡기 쪽은 진료를 받는데 아직은 어려움이 없지만, 의사 파업으로 진료를 보기 어려워질지 매번 불안하다"며 "자기 입장이 있겠지만, 환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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