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김규식 (주)선양소주 대표이사 "술맛으로 승부 보겠습니다"

[중도초대석] 김규식 (주)선양소주 대표이사 "술맛으로 승부 보겠습니다"

대기업 자본력 앞세운 마케팅 공세에 경영 어려움
코로나19 이전보다 판매량 30% 급감 '시장점유율↓'
최근 지방소주살리기협의체 구성 등 '탈출구 모색'
"단순 지역소주사랑 아닌 품질로 평가해달라" 강조

  • 승인 2024-10-07 14:45
  • 신문게재 2024-10-08 9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최근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음주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지난 10여 년간 소주업계는 순한 소주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51년간 지역과 함께해온 (주)선양소주는 도수 경쟁에만 그치지 않고 숙취를 없애기 위해 '산소용존공법'을 개발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마케팅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내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저녁이면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김규식 선양소주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정직하게 술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김 대표이사를 만나 현재 지역 소주 업계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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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지표에서 말해주듯 올해 유난히 지역 경제계에서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지역과 수 십 년을 함께해온 선양소주도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역과 함께 해온지 51년이 됐다. 지역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해온 향토기업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하지만 지금 당사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액과 판매량은 30% 가량 감소했고, 지역 내 60%에 이르던 시장점유율도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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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주업계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한 매출감소를 보였지만 국내 대기업 소주회사의 융단폭격 광고마케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코로나19로 감소한 매출 및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새도 없이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시장 전반으로 주류 소비가 줄어들었고 코로나 시기 동안 지역 주류 제조사들이 영업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대기업에서는 TV 광고와 드라마·예능 간접광고, SNS 등 다방면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 인지도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기반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서 영업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당사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같은 문제가 누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세는 어떤 수준인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고 위기극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국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소주인 '선양'을 출시했다. 대기업의 독주 및 시장침투를 억제하고자 광고마케팅 비용을 연평균 지출 비용이었던 약 40억 원의 2배 이상(약 80억 원) 집행해 '선양'소주를 런칭했지만 연간 약 2000억 원을 집행하는 대기업의 광고마케팅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국을 상대로 약 2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대기업의 광고비용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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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는 있는가.

▲소주 잘 만드는 회사인 우리가 가진 제품력, 즉 술의 맛이 탈출구라 생각한다. '선양'은 1993년 단종된 '선양'을 리브랜딩해 지난해 선보인 제품으로 국내 최저 도수(14.9도), 최저 칼로리(298㎉) 임에도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 본연의 풍미를 살리고 뒤끝 없이 깔끔한 맛을 보인다. 또 '맑을린'은 최고 품질의 소주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리뉴얼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당사가 15년 숙성·보관 중인 보리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 맛의 깊이를 더하고, 더블 정제 공법을 통해 한층 맑고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이렇게 당사가 만드는 '선양'과 '맑을린'의 술맛이 소비자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술맛에 대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정당히 부여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지역 주류제조사가 겪는 문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광고마케팅에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모든 지역을 대표하는 제조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근 지역 주류제조사 및 각 지역의 종합주류협회로 구성된 '지방소주살리기협의체'가 구성됐다. 당사가 협의체의 선발대 역할을 해 지역 주류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하고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협회나 정부의 관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제도적 개선이나 규제를 통해 공정거래를 빙자한 무분별한 시장확대 및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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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지방공략이 거세다. 현재 지역주류제조사들은 어떤 상황인가.

▲대기업 소주 광고가 각종 미디어 매체에 연이어 나오고, 물량 공세를 통해 지방까지 공략하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지역 주류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기준 소주시장 1~2위 대기업들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었다. 대기업을 제외한 당사를 비롯한 6개 지역소주회사의 점유율이 총 20%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줄어든 것이다. 과거 코로나19 이전 대기업이 약 60%를, 나머지 지역주류제조사 약 4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지역주류제조사들이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올해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최근에는 거리에 나와 지역소주사랑 캠페인까지 펼쳤는데 시민들 반응은 어땠는 가.

▲임직원 모두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임금동결에 뜻이 모아졌다. 노·사가 50년간 쌓아온 신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모두의 의지가 있었다. 최근 임직원들이 대전역 및 주요 교차로에서 지역소주사랑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당사의 어려움 호소뿐만 아니라 지역 내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캠페인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당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또 지역제품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응원하는 대전상공회의소 및 12개 이상의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동참으로 많은 힘이 됐다. 이 같은 모두의 노력이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동참해주신 모든 시민단체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함께 상생할 방안들을 고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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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판매량과 연계된 장학기금 조성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

▲2019년 대전·세종·충남지역 23개 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첫해 3억 700여 만 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2억 200여 만 원을 기탁했다. 2023년 기탁금액은 2억 1400여 만 원, 올해 2억 300여 만 원으로 누적 장학금은 11억 4200여 만 원(11억4276만4400원)에 달한다. '선양'과 '맑을린' 소주 한 병에 지역사랑을 담아 5원씩 적립하는 방식으로, 많이 팔린 지역에 장학금이 더 많이 기탁되는 구조다. 하지만 지속적인 판매 감소로 적립액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소주를 만드는 기업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기부하는 지역사랑 장학캠페인인 만큼, 지역을 위한 가치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SG 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향토기업으로 계족산 황톳길을 만든 뒤 전국에서 찾는 명소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앞으로 운영 계획은.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되며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맨발걷기 성지이자, 지역의 대표 관광명소가 된 계족산황톳길은 '선양과 맑을린' 소주의 판매수익금으로 조성·관리된다. 계족산황톳길은 2006년 계족산 임도 총 14.5km에 질 좋은 황토 2만여 t을 투입해 조성 후 꾸준한 관리로 지금의 명소가 됐다. 2006년부터 18년간 매년 2000여 톤의 황토와 10억여 원, 현재까지 약 180억 원의 비용을 들여 황톳길을 관리하고 있다. 지역민의 '선양과 맑을린' 사랑이 평범한 임도를 촉촉한 황톳길로 변모시킨 것이다.

최근 계족산황톳길은 맨발걷기 열풍이 불면서 대한민국 대표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선양소주의 ESG경영이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며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환경과 사회, 문화, 경제적인 지속 가능 공유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갈 예정이다.



-대전 0시 축제에서 소주박스를 활용한 추억의 선양포차가 인상 깊었다. 내년 계획은.

▲맑고 깨끗한 '0시축제'가 될 수 있도록 당사도 지역 향토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 축제기간 선양·맑을린 봉사단 60여 명과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및 5개구 지부 임직원 30여 명이 협업해 대전역부터 옛 도청까지 약 3.2Km 구간을 순회하며 축제장 일원의 쓰레기를 줍는 등 방문객들이 쾌적하게 축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거리를 정화했다. 아울러 0시축제의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맑을린냉장고' 및 '선양포차'도 운영했다.

지역 대표 주류기업이자 지역 대표 소주로 지역민 접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 내 다양한 기관·기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콘텐츠 계획이 잡혀있진 않지만, 내년에도 지역민과 소비자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마케팅을 준비할 예정이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에는 수많은 소비재가 있다. 이중 우리가 만드는 소주도 많은 사람들에게 필수 아닌 필수 소비재로 통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것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마케팅에 가려진 제품의 품질이다. 이미 길들여진 마케팅 맛은 기호가 아니라 습관이다. 그 습관을 술맛으로써 평가받고 싶다. 아울러 대기업의 물량공세와 광고마케팅으로 당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소주 회사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1년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당사를 비롯한 전국 지역소주에게 다시 한 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대담=박병주 경제부장·정리=김흥수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김규식(金奎植) 사장은… 1969년생. 학력: 대전상고 졸업, 한남대 법학과 학사, 동 대학원 언론홍보광고학 석사. 주요경력: 1990년 ㈜선양소주 공채 1기 입사, 2010년 비서팀장, 2011년 홍보마케팅실장, 2014년 대외협력실장, 2016년 주류사업부문 총괄, 2019년~현재 대표이사 사장. 대외활동: 전 대전시육상연맹 회장, 전 대전시체육회 감사, 전 대전중구체육회 부회장, 현 충남장애인체육회 부회장, 현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부회장, 현 대전상공회의소 상임의원, 현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기획홍보위원장. 수상내역: 2019년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공로패 표창, 2019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일 생활균형 우수기업 최우수상, 2020년 대전충남 혁신도시 선정 공로 대전시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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