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푸른 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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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푸른 뱀의 변신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2-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5년이 솟아나기 위해 숨 고르는 시점이다. 60간지의 42번째 해로 을사(乙巳)년이다. 을은 푸른색, 사는 뱀을 의미하기 때문에 '푸른 뱀'의 해라한다. 12지는 해당 동물의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겠으나 그 해 태어난 사람의 특성이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뱀을 신비롭고 직감적이며 깊은 통찰력과 지혜, 변신과 치유의 상징으로 여긴다. 탈피하며 성장하기에 재생과 변화의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뱀띠 생은 사려 깊고 상황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두뇌회전이 빠르고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두루 알다시피 성경에는 뱀이 여자에게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사탄으로 등장한다. 뱀은 여자 유혹이 가능할 정도로 간교하거나 지혜가 뛰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물의 행동, 습관, 독특한 능력을 살피고, 전설, 민담, 신화로 전해지는 동물의 교훈에서 지혜를 얻고자 한 책이 있어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동물이 전하는 지혜의 메시지가 이채롭다. 돈 바우먼 브런 저, 임옥희 독 《에니멀 티칭》이다. 변신이 주제인 11장에 뱀의 메시지가 전한다. 11장에 뿐 아니라 여러 장에 걸쳐 변신, 성장, 창의성, 지혜, 영감, 소통, 치유 등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필수불가결한 삶의 요소이기 때문 아니랴? 별도로 악어, 박쥐, 딱정벌레, 나비, 뱀을 묶은 것은 변신이 돋보인 탓이리라.

먼저 "탄생과 죽음, 창조와 파괴, 시작과 끝처럼 변신은 형태, 특징, 본성, 혹은 위상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전제한다. "변신은 이전과 이후, 옛것과 새것을 연결하며, 이것이 저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변신을 두려워하거나 원치 않을 수도 있고, 익숙한 것에 의존할 수도 있다. "변신은 기쁨이기도 하다. 탄생과 느닷없는 영감, 계몽의 빛, 새로운 세계관 등은 환희를 동반한다. 변신은 한껏 우리의 마음을 활성화하고 고무시키며, 영혼을 한껏 드높인다."



뱀 부분도 요약해 본다. 뱀은 창조, 지혜, 재탄생, 변신의 이미지가 연상, 전체성과 불멸성의 상징이요,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라 한다. 우주적인 의식으로 잠든 에너지를 일깨운다. "혀로 냄새 맡고 숨겨진 귀로 저주파 소리까지 포착하며 지하세계의 신비와 비밀을 감지한다." 뱀은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다. 낡은 신념과 망상, 한계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뱀은 허물벗기 전 먹지 않고 몸을 숨긴다. 둔감해진 외피가 떨어져 나간다.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경험을 통한 지혜로 변신한다. 원초적 생명에너지와 창조력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길을 열고, 영적인 변신을 주도한다.

좀 더 덧붙이면, 뱀의 혀는 가늘고 길며 끝이 두 갈래인데, 주위의 환경이 달라지면 시종 입 밖으로 내고 날름거린다. 보통 때에는 입속 혀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 혀는 대단히 민감하여 쥐나 개구리 등의 먹거리가 지나간 자국을 혀로 더듬어 먹이가 숨어 있는 곳까지 찾아간다고 한다. 허물 벗는 것은 탈피라 한다. 뱀은 매년 1회 이상 탈피하며, 만약 탈피하지 못하면 각질화 되어 자연사하게 된다. 물론, 외골격, 비늘 등 피부가 딱딱한 동물이 성장하기 위해 교체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깃털, 뿔, 털, 표피의 교체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가 뱀이 징그러운 모양이라 생각하며 혐오감을 갖는 것은 주로 학습효과라 한다. 설화나 전설 속에서 종종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 죽음을 전하는 사탄의 상징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때는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그를 입증한다. 반면에 신의 상징으로 신성시하거나 숭배하는 경향도 있다.

두려워하기도 한다. 실은 뱀이 사람에게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의 체고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동물이 보통 낯선 상대를 공격대상으로 삼고자 할 때는 외모로 판단한다. 동물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깝게 접근하거나, 등 돌리고 달아나는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간 보다 뱀이 인간을 더 무서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탈피는 매우 고된 과정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절지동물은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파충류, 양서류 등은 탈피로 피부기생충이나 세균 등을 떨쳐 내기도 한다. 포유류나 조류의 털갈이는 체온 조절을 위함이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동식물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늘 외치고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벽이 되지 않았을까?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 갖고 있는 삶의 지혜가 있다. 간과하고 있지나 않은 지, 살펴볼 일이다. 사람과 사람사이도 다르지 않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무는 세모이다. 새로운 비전으로 탈피해야겠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용솟음쳐야 성장의 미래가 있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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