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침묵의 지방의회, 존재 이유 보일까?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침묵의 지방의회, 존재 이유 보일까?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5-02-02 17:03
  • 신문게재 2025-02-0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설재균
설재균 팀장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늦은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국회의원의 역할 등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시킬 수 있었다. 비상계엄으로 후퇴 해버린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차가운 겨울에 지금도 시민들은 광장에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노력과는 다르게 12.3 비상계엄은 지방의회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상계엄 직후 발령된 포고문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지방의회의 자유와 독립성을 부정했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해치는 위헌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 앞에 많은 지방의회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대전도 서구의회를 제외하면 별다른 입장 없이 비상계엄 이후의 시간을 보냈다.

서구의회는 12월 16일 제286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다운 의원이 발의한 '불법 계엄 선포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라고 주장하면서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을 제약하고, 시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 점을 비판했다. 이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퇴장해 결국 더불어민주당 소속 10명과 무소속 의원 1명 등 11명의 의원이 결의안에 찬성해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한 각 지방의회는 민생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할 일을 찾고 하겠다며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본래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하여 지역의 주요 현안을 살피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상계엄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해온 본인의 활동을 마치 새롭게 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25년은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투표로 선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며,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대전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가 지방의회 무용론에 답을 해야 하는 시기다. 대전시의회는 바로 지난해 불거진 송활섭 대전시의원 성추행 문제, 매 의회에서 반복되는 원구성 실패에 대한 입장도 해결 방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전시 견제·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도 아니다. 대전시의회는 임기 내내 거수기 의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실한 대전시 예산·결산 심의, 하나마나한 인사청문회, 비판 없는 대전시 정책 찬양 등은 비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대덕구의회도 100여 일이나 이어진 후반기 원구성 실패의 책임과 대안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명절 때마다 으레 하는 전통 시장 방문, 기관 방문만이 민생을 챙기는 방법이 아니다. 대전시를 비롯한 자치단체에서 내놓는 정책이 실효성 있는지 점검하고, 시민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소통의 자리를 열고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단순한 지원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2025년, 대전시의회와 5개 구의회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하고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문성 강화,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 효율적인 예산 집행, 독립성 강화 등 지방의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다. 단순히 행정 감시나 예산 심의에 그치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회로 거듭나야 한다.

지방의회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대전을 비롯한 모든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정립하고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현 9대의회가 지방의회 무용론을 불식시킬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3.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4.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5.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1.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2.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3.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4.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5. [홍석환의 3분 경영] 친구의 빈소에서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