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교통사고와 업무상 재해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교통사고와 업무상 재해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5-03-30 17:06
  • 신문게재 2025-03-3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변호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에 의한 행위까지 재해로 인정해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토바이를 급히 몰다가 신호를 위반하여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기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다. 해당사건의 A씨는 2023년 9월경 배달할 음식을 가지러 오토바이로 이동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청구를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신호위반이라는 일방적 중과실로 인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유족은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 인정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32회의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이에 순간적인 집중력 또는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신호위반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면서 "따라서 망인의 신호위반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이 되는 2022년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대기업 하청업체 근로자 B씨는 2019년 12월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교육에 참석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충돌했고, 이 사고로 B씨가 사망했다. B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했으나 거부되었다. 법 위반행위로써 범죄행위로 사고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B씨의 사고가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가였다.



1심은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타인의 관여나 과실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중앙선 침범행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행위이며 도로교통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을 뒤집었다.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났더라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고의 경위와 양상, 운전 능력 같은 사고 발생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출장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사고가 발생한 점, 중앙선 침범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점, 음주운전이 아니었고 졸음운전으로 추정된 점, 운전면허 취득 후 교통사고 이력이 없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B씨 사고는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이후 근로자의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그 위반 경위나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 인지에 따라 업무상재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5.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1.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2.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