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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
맥문동이라 하면 차로 끓여 마시는 하얀색 덩이뿌리(괴근)를 떠올리기 쉽지만, 고대부터 한방에서 귀하게 여겨진 약용식물이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찾았던 불로초 중 하나로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인삼과 오미자를 더해 달인 '생맥산'이 왕실의 여름철 건강 음료로 쓰였다. 오늘날에는 볶은 괴근이나 티백 형태로 가공되어 구수한 차로 쉽게 즐길 수 있다.
맥문동은 충남 청양, 부여, 서천 등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농가들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영양번식으로 재배되는 맥문동은 3~4월 괴근을 수확하는 작업과, 맥문동을 다시 심을 때 불필요한 뿌리와 잎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재 편의성과 수량 증대를 위하여 2~3등분으로 맥문동을 나눈 후 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배 면적은 한정돼 있기에 심고 남은 맥문동은 버려진다.
이처럼 농가에서 더는 심을 수 없어서 버려지는 맥문동이 최근에는 관상용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심으면 여러 해 동안 다른 작물로 바꿀 필요 없는 다년생 특성, 라벤더처럼 매혹적인 보랏빛 꽃, 흰색, 검은색, 줄무늬 잎을 가진 다양한 맥문동이 주택이나 학교의 텃밭, 가로수 아래, 공원 등에서 관상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경주,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맥문동 군락이 형성되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충남 서천 장항송림욕장 소나무 숲에도 넓은 맥문동 군락지가 조성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해마다 8월 '맥문동 꽃 축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꽃이나 잎을 보기 위한 관상용 활용은 예전에는 왜 적었을까? 그 이유는 괴근 수확을 중심으로 한 관행적 재배 방식 때문이다. 꽃대가 올라오면 바로 자르거나 뽑아서 꽃이 피지 못하게 재배해 왔는데 이는 마늘의 꽃대(마늘쫑)를 제거하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 식물이 만든 양분이 지상부의 꽃이나 열매에 집중되면 뿌리에 저장되는 양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품종 개발'이다. 현재 맥문동은 대부분 영양번식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재래종이 반복 사용되면서 생육이 저하되고 병해가 증가하면서 수확량이 감소하는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또한 덩이뿌리 수확을 위주로 하는 재배 방식 때문에 꽃이 불규칙하게 피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1991년 '맥문동 1호' 품종을 개발해 일부 지역에 보급했었고, 개인 육종가에 의해 잎의 형태가 특이한 맥문동을 2품종이 최근 출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용도의 신품종 개발은 정체되어 있다. 이는 맥문동 꽃이 작고 약해 인위적 교배가 어렵고, 자가불화합성으로 같은 개체 내에서 번식이 어렵다는 점이 주된 원인이다.
충남 청양에 위치한 충남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맥문동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전통 교배육종, 디지털 스마트 육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괴근 수량과 기능성 성분이 높은 품종, 꽃이 동시에 피는 품종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춘 맞춤형 품종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약용식물로 쓰이면서 관상용으로서 가능성이 주목받는 맥문동. 땅속에서는 귀한 약재인 괴근을, 땅 위에서는 보랏빛 꽃이 피는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식물이다. 앞으로 맥문동은 한약재와 관상용을 넘어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 가까이 다가올까? 맥문동의 미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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