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진시황의 ‘불로초’에서 ‘화초’로 거듭난 맥문동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진시황의 ‘불로초’에서 ‘화초’로 거듭난 맥문동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 승인 2025-07-30 11:06
  • 신문게재 2025-07-3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목요광장)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을 찾아 걷다 보면 나무 아래나, 공원 곳곳에 보랏빛 꽃무리를 자주 마주치게 된다. 한여름 꽃대를 따라 작은 꽃들이 촘촘히 피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식물은 바로 '맥문동'이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 등 고대 한의서에 따르면, "뿌리가 보리(麥)를 닮았고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는다"는 특징에서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맥문동이라 하면 차로 끓여 마시는 하얀색 덩이뿌리(괴근)를 떠올리기 쉽지만, 고대부터 한방에서 귀하게 여겨진 약용식물이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찾았던 불로초 중 하나로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인삼과 오미자를 더해 달인 '생맥산'이 왕실의 여름철 건강 음료로 쓰였다. 오늘날에는 볶은 괴근이나 티백 형태로 가공되어 구수한 차로 쉽게 즐길 수 있다.

맥문동은 충남 청양, 부여, 서천 등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농가들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영양번식으로 재배되는 맥문동은 3~4월 괴근을 수확하는 작업과, 맥문동을 다시 심을 때 불필요한 뿌리와 잎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재 편의성과 수량 증대를 위하여 2~3등분으로 맥문동을 나눈 후 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배 면적은 한정돼 있기에 심고 남은 맥문동은 버려진다.

이처럼 농가에서 더는 심을 수 없어서 버려지는 맥문동이 최근에는 관상용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심으면 여러 해 동안 다른 작물로 바꿀 필요 없는 다년생 특성, 라벤더처럼 매혹적인 보랏빛 꽃, 흰색, 검은색, 줄무늬 잎을 가진 다양한 맥문동이 주택이나 학교의 텃밭, 가로수 아래, 공원 등에서 관상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경주,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맥문동 군락이 형성되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충남 서천 장항송림욕장 소나무 숲에도 넓은 맥문동 군락지가 조성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해마다 8월 '맥문동 꽃 축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꽃이나 잎을 보기 위한 관상용 활용은 예전에는 왜 적었을까? 그 이유는 괴근 수확을 중심으로 한 관행적 재배 방식 때문이다. 꽃대가 올라오면 바로 자르거나 뽑아서 꽃이 피지 못하게 재배해 왔는데 이는 마늘의 꽃대(마늘쫑)를 제거하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 식물이 만든 양분이 지상부의 꽃이나 열매에 집중되면 뿌리에 저장되는 양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품종 개발'이다. 현재 맥문동은 대부분 영양번식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재래종이 반복 사용되면서 생육이 저하되고 병해가 증가하면서 수확량이 감소하는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또한 덩이뿌리 수확을 위주로 하는 재배 방식 때문에 꽃이 불규칙하게 피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1991년 '맥문동 1호' 품종을 개발해 일부 지역에 보급했었고, 개인 육종가에 의해 잎의 형태가 특이한 맥문동을 2품종이 최근 출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용도의 신품종 개발은 정체되어 있다. 이는 맥문동 꽃이 작고 약해 인위적 교배가 어렵고, 자가불화합성으로 같은 개체 내에서 번식이 어렵다는 점이 주된 원인이다.

충남 청양에 위치한 충남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맥문동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전통 교배육종, 디지털 스마트 육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괴근 수량과 기능성 성분이 높은 품종, 꽃이 동시에 피는 품종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춘 맞춤형 품종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약용식물로 쓰이면서 관상용으로서 가능성이 주목받는 맥문동. 땅속에서는 귀한 약재인 괴근을, 땅 위에서는 보랏빛 꽃이 피는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식물이다. 앞으로 맥문동은 한약재와 관상용을 넘어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 가까이 다가올까? 맥문동의 미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계룡시, 8월 1일 ‘2026 팥빙수 축제’ 개최
  2. 중수청 수사인력 충원 윤곽나오나… 대전중수청 직급별 인원은 아직
  3. 장윤기 사건 후속 전수조사 대전서 1건… 제한된 조사방식 한계
  4. [독자권익위원 칼럼] 클래리티 법안과 스테이블 코인
  5. 대전 중소병원 신축·확장 등 변화 잇달아…31년 전통 연합정형외과 '변화'
  1. ‘더위 조심하세요’
  2. 목원대 동문 웹툰, '김부장'·'광장' 잇단 흥행으로 경쟁력 입증
  3. 국세청, K-주류 세계화… 국가대표 술, 해외 진출 지원
  4. AI로 연구하고 발표까지…대전과학고 융합 탐구 캠프 운영
  5. 청년 목소리 정책에 담는다... 환경·에너지정책 소통 간담회

헤드라인 뉴스


`세종=행수` 합헌 전환점 맞나…"이 대통령도 합헌 결정 기대"

'세종=행수' 합헌 전환점 맞나…"이 대통령도 합헌 결정 기대"

2004년부터 22년간 제자리걸음인 '행정수도 이전' 위헌 논란, 올해는 끊어낼 수 있을까. 허허벌판 그 자체에서 우여곡절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장한 세월은 합헌의 문턱을 가깝게 하고 있다. 43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이전이 마무리됐고, 앞으로 7년 이내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도 열리기에 충분한 명분도 갖췄다. 정치권과 학계의 인식도 부정과 중립에서 긍정으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 위헌 논란 극복의 선결 조건은 하반기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있다. 이후 다시 위헌 시비에 휘말려도, 합..

충청서 첫 성적표 받는 與 당권주자들…충청 현안 해결 약속할까
충청서 첫 성적표 받는 與 당권주자들…충청 현안 해결 약속할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첫 순회경선지인 충청권 순회경선을 하루 앞둔 가운데 당권 주자들의 시선이 충청권으로 쏠리고 있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가 연일 충청권을 찾으며 당심 공략에 나선 가운데 지역에서는 이번만큼은 실질적인 현안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8월 1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2026 대전광역시당 정기당원대회'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충청권 순회경선 합동연설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앞서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해 1일에 충청권 투표 결과와 함께 대전..

집중호우 뒤 폭염 덮친 밥상… 충청권 잎채소값 `껑충`
집중호우 뒤 폭염 덮친 밥상… 충청권 잎채소값 '껑충'

7월 중순 집중호우에 이어 폭염까지 겹치면서 잎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 농작물 침수 피해가 충청권에 집중된 만큼 지역 산지의 생산 차질이 이어지며 당분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국 평균 소매가격 기준 청상추(100g)는 1567원으로 한 달 전(1083원)보다 약 44.7% 올랐다. 열무(1㎏)는 3195원으로 전월(2323원) 대비 37.5% 상승했고, 오이(10개)는 1만66..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성숙 총리, ‘충청권을 반도체 성장축으로’ 한성숙 총리, ‘충청권을 반도체 성장축으로’

  • 민선9기 재정혁신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민선9기 재정혁신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 ‘더위 조심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 ‘여름 휴가 떠납니다’ ‘여름 휴가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