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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 |
대전에는 약 70여 개 종목단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중·고등학교의 운동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학 운동부는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는 수준이다. 유소년부터 실업까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지역에서 느슨해지고 있다.
전국체전에서 지역의 성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중·고·대학·실업으로 이어지는 연계 구조의 힘이라기보다는, 우수선수 영입과 일부 실업팀 창단이 만들어낸 단기적 성과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마다 선수 영입과 유지를 위해 큰 비용이 드는 구조에서, 그 결실이 지속한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 생활체육은 성장하고 있다. 시민 건강을 위한 정책과 지자체의 의지가 결합하면서 동호회 수는 증가하고, 체육시설의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다. 전문체육의 어려움 속에서도 생활체육의 성장은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생활체육이 특정 종목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종목으로 확대되며,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재능 있는 인재가 발견되고, 자연스럽게 전문체육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이는 이상적인 선순환의 체육 생태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체육의 성과에 대한 결실은 중앙이 주목받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출신 지역에서 그 여정을 빛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성과의 조명은 여전히 중앙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훈련과 운영, 성장은 모두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운동장도, 지도자도, 선수도 모두 지역에 있다. 지역 체육이 살아나야 국가 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경우, 지역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신규 선수가 유입되기 어렵고, 국제무대에 설 인재도 길러낼 수 없다.
전국 대부분의 종목단체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국 규모의 리그나 국가대표도 결국 지역 기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국가적 성과는 지역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토양이 말라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의 스포츠 강국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체육의 기반을 지키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지 선수나 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체육의 운영과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조직, 바로 지방체육회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지역 체육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곧 지방체육회의 구조적 안정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체육회는 오랜 시간 봉사와 헌신으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헌신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일부 지방 체육회처럼 기업인들의 전유물처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체육회는 특정 개인의 후원조직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를 위한 공공조직이기 때문이다.
회장들의 출연금이 체육회장의 자격을 판가름하는 문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후원금 중심의 체육행정은 구조적 낭비를 유도하며, 경상비를 감당하기 위해 종목 지원이나 선수 발굴과 같은 본질적 기능보다 단기적 지출에 집중하게 만든다. 회장이 사비로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는 공공조직이 아닌 개인기업 운영과 다를 바 없다. 지역 체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도 관청으로부터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체육회가 자율성과 계획성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종목단체와의 협력 속에서 지역 체육의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현할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지역 체육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구조를 정비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체육 행정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역에서 시작되는 체육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2027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대회를 준비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지역 체육 인프라와 생태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역 체육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지역 사회의 참여로 완성되는 대회여야 한다. 그래야만 그 유산이 대회 이후에도 살아 숨 쉬며, 지역을 넘어 국가 체육의 기반으로 남을 수 있다./오주영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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