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년 만에 '네모 탈출'한 프러시안 블루의 변신

  • 전국
  • 부산/영남

300여 년 만에 '네모 탈출'한 프러시안 블루의 변신

포스텍 연구진, 물 대신 글리세롤로 팔면체 만들어

  • 승인 2025-09-07 16:24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조창신 포스텍 교수


늘 네모난 모습만 고집하던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가 300여 년 만에 팔면체로 변신했다.



포스텍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화학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장승혜 씨 연구팀은 물 대신 특별한 용매를 사용해 그동안 불가능했던 새로운 모양의 프러시안 블루 합성에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1700년경 우연히 합성된 '프러시안 블루'는 속이 비어 있는 3차원 구조를 가져 이온이 쉽게 드나든다. 이런 특성 덕분에 나트륨 이온전지 전극 소재를 비롯해 방사성 세슘 제거, 환경 정화,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큰 한계가 있었다. 물에서 합성하면 반응이 너무 빨라 입자 성장 속도를 조절하기가 어렵고 결과는 늘 네모난 정육면체(큐빅) 모양뿐이었다. 이렇게 모양을 바꾸지 못하면 프러시안 블루의 특정 결정면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성질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응용으로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포스텍 연구팀은 해답을 '용매'에서 찾았다. 물 대신 점성이 높은 글리세롤을 쓰면 결정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 결과, 글리세롤 환경에서는 작은 정육면체 먼저 생겨나고, 이들이 녹았다 다시 자라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팔면체 모양으로 자가 조립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마치 작은 네모난 블록들이 차곡차곡 모여 스스로 여덟 면을 가진 보석 같은 형태로 변신한 셈이다.

이렇게 합성한 팔면체 프러시안 블루를 나트륨 이온 커패시터 전극 소재로 적용한 결과는 놀라웠다. 정육면체 구조보다 표면적이 넓어 전극 반응성이 크게 향상됐고 장기간 충·방전을 시험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단순히 모양만 바꿨을 뿐인데 성능이 확연히 좋아진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독일 율리히 연구소 카스텐 코르테 박사도 참여해 물질 결정 구조 분석을 도왔다.

연구는 특정 용매가 프러시안 블루 결정의 성장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연구팀은 글리세롤 외에도 다른 유기 용매를 활용하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결정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창신 교수는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모양의 프러시안 블루를 만든 데 그치지 않고 성장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것에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형태를 자유롭게 설계할 길이 열린 만큼, 에너지 저장 장치부터 환경 정화까지 응용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3.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1.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2.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3.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4.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5.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헤드라인 뉴스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지역대 육성과 안정적 지원을 위해 대전시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 2차연도 사업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 지속성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라이즈 관련 운영 조례를 제정했는데, 라이즈 위원회 구성도 기업인과 과학기술계까지 포함해 다양화할 예정이다. 시와 대학 실무자 간 소통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의 초광역 개편에 발맞춰 사업 계획을 수립해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는 라이즈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대학과 간담회..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