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매산 억새<제공=합천군> |
해발 1113m 고지에서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는 때로는 파도처럼, 때로는 별빛처럼 빛나며 보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봄에는 진분홍빛 철쭉으로, 가을에는 은빛 억새로 옷을 갈아입는 황매산은 사계절 매력을 품은 자연의 무대다.
◆억새로 물든 가을 무대
황매산 억새밭은 우연과 역사가 빚어낸 풍경이다.
1980년대 정부의 축산 정책으로 조성된 목장에 젖소와 양이 철쭉을 피해 풀을 뜯으며 철쭉 군락이 형성됐고, 낙농업이 자취를 감춘 자리엔 억새가 번성했다.
그 결과 오늘날 정상 주차장에서 단 10분만 걸어도 시야 가득 펼쳐지는 은빛 억새 세상이 열린다.
최근 BTS RM의 뮤직비디오 「들꽃놀이」 촬영지로 알려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이곳은 일출과 일몰이 더해지는 순간, 가장 극적인 무대로 변한다.
별빛언덕과 전망데크에 서면 바람 따라 끝없이 일렁이는 억새의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축제, 가을의 하루를 채우다
오는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4회 황매산 억새축제는 억새의 꽃말인 '활력'처럼 지친 일상에 새 힘을 불어넣는다.
개막일에는 초청가수 지원이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세미가 무대를 꾸미며, 주말마다 퓨전국악과 색소폰 선율이 억새밭에 울려 퍼진다.
숲 해설 도슨트 투어, 억새 속 도서 공간과 북시네마, 교통약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트 투어까지 체험 프로그램은 한층 다채로워졌다.
정상 주차장 인근 직판장에서는 합천의 사과, 버섯, 산나물이 향긋한 손짓을 더한다.
![]() |
붉은 노을 억새풍경<제공=합천군> |
합천군은 황매산군립공원을 무장애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오를 수 있는 경사로와 전동카트 투어가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억새밭을 즐길 수 있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까지 모두가 불편 없이 자연을 만끽하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은빛 억새가 건네는 위로
황매산의 억새밭에 서면 말없이도 위로가 다가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한 포기, 석양에 붉게 물드는 산자락이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억새는 활력과 치유의 언어로 기억된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황매산 억새축제가 합천의 가을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많은 분들이 황매산을 찾아 은빛 억새가 전하는 힘과 치유를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을 햇살과 억새의 은빛이 한데 어우러지는 계절, 합천 황매산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무대가 된다.
올해 가을, 그 무대 관객이 돼 보자.
합천=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