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하나님의 또다른 피조물 가정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하나님의 또다른 피조물 가정

김명숙 수필가

  • 승인 2025-09-23 17:19
  • 신문게재 2025-09-2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명숙 수필
김명숙 수필가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흙으로 빚어 가정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인과 아벨, 셋을 낳아 가족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저는 아담의 세 아들이 효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담의 가족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는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는 이탈리아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로베로토 베니니는 직접 이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도 맡았습니다. 그 당시는 독일의 나치가 인류를 비참으로 내몰던 제2차 세계대전 말이었지요. 어린 아들 조수아와 나치 수용소에 갇힌 아버지 귀도는 아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끔찍한 수용소를 마치 '이곳이야말로 특별한 게임장'이라고 하며 이곳의 규칙을 아들에게 지키도록 하는 연기를 펼쳤지요. 아버지의 노력 덕에 어린 아들 조수아는 수용소에서도 동심과 행복을 잃지 않았지요.

우여곡절 끝에 도망치던 부자는 불행히도 나치 군인에게 발각되어 아버지는 군인에게 총살을 당합니다. 결국 아버지 귀도와 엄마 도라는 서로와 아들을 위해 자신들의 안위를 포기합니다. 이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단순한 혈연을 넘어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요즘은 사람의 손마다 핸드폰이 들려있지만 가족을 위해 안부를 묻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제 스승이신 형파 선생님은 1남 3녀를 둔 90이 가까운 연세이신데 가장 바라는 소원은 자손들과의 대화를 원하신다 하셨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해오는 아드님과 서울에서 초등학교장으로 계신 둘째 따님께서 전화오는 일이 전부라 하셨습니다. 손자와 손자며느리, 손녀는 아예 전화 한 통도 없고 받지도 않는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사모님을 5년 전 하늘로 보내시고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분들을 형제자매로 삼아 그분들과 교제를 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대화가 단절된 가족들도 많은 것입니다.

심리 용어 가운데 '역기능 가족'이란 말이 있지요. 말 그대로 가족 구성원에게 충족돼야 할 여러 가지를 제대로 채워 주지 못하는 가족을 뜻하는 말입니다. 가족끼리 무심히 지내는 것을 두고서 역기능 가족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가족 사이에 소통과 교감이 줄면 언제든 가족 갈등이나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은 가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녀들은 가까이 살지 않으면 명절이나 어쩌다 애경사로 얼굴 한번 보는 정도로 짧은 만남으로 대신합니다. 오히려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8월 외사촌 동생이 충북 괴산에 자신의 세컨하우스를 지어 부모님을 비롯해 부모님 형제와 자녀들 1~2대를 초대해서 축하도 해줄겸 또 이모, 외삼촌, 숙모님들을 이번 계기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흔쾌히 이들 가정의 막내 딸인 저의 친정엄마를 모시고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외사촌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친척들과 지난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에 마음은 설레었습니다. 어릴적 도시에서 살던 저는 방학이 되면 외가댁에 놀러갔던 잊지못할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외가댁 하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궁이에 감자, 고구마를 구워 먹던 일, 나무를 태워 숯이된 붉은 불덩어리를 질화로에 담아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던 일, 가마솥에서는 고슬고슬 밥이 뜸들어가고, 갓 낳은 달걀로 만든 계란찜으로 한상 차려진 그리운 추억이 생각납니다. 새벽이 되면 외삼촌은 가족을 위해 산에서 해온 나무를 아궁이에 피워 구둘장을 따뜻하게 달구어 주셨던 기억, 모두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들이시지만 노인병으로 인해 한 분 한분씩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R.브로윙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 라고 하였고, 조지 맥도날드는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또 다른 창조물인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명숙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방동삼거리 입체교차로 추석 전 임시 개통
  2. 천안-아산 경계지역 악취 원인 밝혀졌다
  3. [S석 한컷]축구특별시에 임영웅이 떳다! 대전은 영웅시대
  4. [문화 톡] 산수를 넘어 개인전을 열게된 '우정 작품전'을 감상하고
  5. 대전천 따라…붉은 꽃무릇 만개
  1. 충남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조속 건립 필요한데… 부지 두고 '설왕설래'
  2. [2026 수시특집-대전 폴리텍] 산업수요 맞춤형 학과를 소개합니다
  3. 충청권 무면허운전 적발 4년간 3만 507건… 세종 6배 급증
  4. [2026 수시특집] '취업의 공식' 한국폴리텍IV대학 대전캠퍼스… 지역 맞춤형 기술인재 배출
  5. 누리호 6차 발사 부탑재위성 공모… 발사 시기는 2027년 상반기

헤드라인 뉴스


‘충남·충북·강원’ 치의학·의료산업 초광역 협력 강화

‘충남·충북·강원’ 치의학·의료산업 초광역 협력 강화

충남도가 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을 위한 산·학·연 협력에 이어 충북 오송·강원 원주와 치의학 및 의료산업 분야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접견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이명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황동훈 (재)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 전략기획실장과 '치의학과 의료기기 산업 간 연계를 통한 전주기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도가 국가 치의학·바이오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정부 정책과 연계한 초광역 협력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도에 따르..

꿈돌이하우스 2호점, 개점 2개월 만에 매출 1억 원 돌파
꿈돌이하우스 2호점, 개점 2개월 만에 매출 1억 원 돌파

7월 엑스포과학공원에 오픈한 꿈돌이하우스 2호점이 개점 두 달 만에 누적 매출 1억 원을 돌파했다. 23일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꿈돌이하우스 2호점은 꿈돌이네 라면가게, 꿈돌이네 굿즈가게 등을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플랫폼으로 개관 직후부터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과 청년층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꿈돌이하우스 2호점'은 대전 원도심에 조성된 꿈돌이하우스 1호점에 이어 두 번째 상설 체험공간으로 꿈돌이의 집인 한빛탑과 놀이공간인 물빛광장, 밤의 휴식처인 별빛광장과 함께 어우러져 꿈씨패밀리의 세..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 첫 한가위 선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 첫 한가위 선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의 첫 한가위 선물은 충남 홍성의 ‘서해바다 김’을 포함한 8도 수산물과 탁상시계, 쌀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23일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담은 탁상시계와 북극항로 시대의 국가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8도 수산물, 희망과 위로 의미의 재해 지역 ‘우리 쌀’ 등으로 구성한 추석 선물을 각계각층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선물을 받는 이들은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온 각계 주요 인사, 국가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웅,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지켜온 재난·재해 피해 유과 사회적 배려 계층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산책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산책

  • 추석맞이 송편·전 나눔 ‘훈훈’ 추석맞이 송편·전 나눔 ‘훈훈’

  • 유성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공개회의 무단 녹취·촬영 사과하라’ 유성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공개회의 무단 녹취·촬영 사과하라’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시작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