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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수필가 |
로베로토 베니니는 직접 이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도 맡았습니다. 그 당시는 독일의 나치가 인류를 비참으로 내몰던 제2차 세계대전 말이었지요. 어린 아들 조수아와 나치 수용소에 갇힌 아버지 귀도는 아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끔찍한 수용소를 마치 '이곳이야말로 특별한 게임장'이라고 하며 이곳의 규칙을 아들에게 지키도록 하는 연기를 펼쳤지요. 아버지의 노력 덕에 어린 아들 조수아는 수용소에서도 동심과 행복을 잃지 않았지요.
우여곡절 끝에 도망치던 부자는 불행히도 나치 군인에게 발각되어 아버지는 군인에게 총살을 당합니다. 결국 아버지 귀도와 엄마 도라는 서로와 아들을 위해 자신들의 안위를 포기합니다. 이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단순한 혈연을 넘어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요즘은 사람의 손마다 핸드폰이 들려있지만 가족을 위해 안부를 묻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제 스승이신 형파 선생님은 1남 3녀를 둔 90이 가까운 연세이신데 가장 바라는 소원은 자손들과의 대화를 원하신다 하셨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해오는 아드님과 서울에서 초등학교장으로 계신 둘째 따님께서 전화오는 일이 전부라 하셨습니다. 손자와 손자며느리, 손녀는 아예 전화 한 통도 없고 받지도 않는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사모님을 5년 전 하늘로 보내시고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분들을 형제자매로 삼아 그분들과 교제를 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대화가 단절된 가족들도 많은 것입니다.
심리 용어 가운데 '역기능 가족'이란 말이 있지요. 말 그대로 가족 구성원에게 충족돼야 할 여러 가지를 제대로 채워 주지 못하는 가족을 뜻하는 말입니다. 가족끼리 무심히 지내는 것을 두고서 역기능 가족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가족 사이에 소통과 교감이 줄면 언제든 가족 갈등이나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은 가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녀들은 가까이 살지 않으면 명절이나 어쩌다 애경사로 얼굴 한번 보는 정도로 짧은 만남으로 대신합니다. 오히려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8월 외사촌 동생이 충북 괴산에 자신의 세컨하우스를 지어 부모님을 비롯해 부모님 형제와 자녀들 1~2대를 초대해서 축하도 해줄겸 또 이모, 외삼촌, 숙모님들을 이번 계기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흔쾌히 이들 가정의 막내 딸인 저의 친정엄마를 모시고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외사촌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친척들과 지난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에 마음은 설레었습니다. 어릴적 도시에서 살던 저는 방학이 되면 외가댁에 놀러갔던 잊지못할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외가댁 하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궁이에 감자, 고구마를 구워 먹던 일, 나무를 태워 숯이된 붉은 불덩어리를 질화로에 담아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던 일, 가마솥에서는 고슬고슬 밥이 뜸들어가고, 갓 낳은 달걀로 만든 계란찜으로 한상 차려진 그리운 추억이 생각납니다. 새벽이 되면 외삼촌은 가족을 위해 산에서 해온 나무를 아궁이에 피워 구둘장을 따뜻하게 달구어 주셨던 기억, 모두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들이시지만 노인병으로 인해 한 분 한분씩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R.브로윙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 라고 하였고, 조지 맥도날드는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또 다른 창조물인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명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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