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핏불테리어 등 맹견 사육허가제가 시행 중이나 관리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사진은 22일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포획된 대덕구 삼정동 핏불테리어. (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됐다. 핏불테리어는 몹시 사나워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우려 종으로, 도사견과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과 함께 사육하기 전에 광역 시·도에서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규제 대상이다. 이번에 사육 공간을 벗어난 핏불테리어는 오후 6시 10분께 같은 마을에서 포획되면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견주는 동물보호법이 사람 안전을 위해 요구하는 맹견 사육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0대 견주 A씨는 울타리로 탈출을 방지할 견사를 갖추지 않았고 담장도 없는 마당에 목줄만 채워 맹견을 사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보호법은 개물림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주에게 관리책임을 부과해 맹견을 키울 때 탈출방지 또는 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또 맹견을 사육하는 곳에 주민이나 지나는 행인이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맹견에 대한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돼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견주 A씨는 아침에 집 마당에 나갔을 때 핏불테리어가 사육공간을 탈출한 것을 파악했으나 즉시 신고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다니다가 날이 곧 어두워지는 오후 3시 40분께서야 대덕구청에 신고했다. 노인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형 마을에서 최소 6시간 동안 맹견 탈출 사실을 주민들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해당 핏불테리어는 작년 대전시동물보호사업소 기질평가에서 사육하기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투사견으로 훈련되지 않은 8년의 노견으로 탈출 기간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핏불테리어 사육허가는 유성구 문지동에서 이뤄지고 실제 사육 장소는 대덕구 삼정동으로, 맹견 사육 안전관리에 행정적 공백이 발생했다. 맹견사육허가제가 허가 대상인 맹견이 어디에 있느냐를 기준으로 그 지자체에 허가를 받는 게 아니라, 견주의 주소지에 허가받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대덕구는 삼정동에 핏불테리어 맹견이 사육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유성구는 허가된 맹견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안전한 사육환경을 갖췄는지 점검하지 못했다. 또 탈출과 포획 과정에서 대덕구는 맹견의 기질평가 등의 자료가 없고, 유성구는 관할 구역 밖으로 출동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지자체 관계자는 "허가 신고는 유성구에서 이뤄졌으나 사육장은 대덕구에 있었음에도 변경신고는 이뤄지지 않아 탈출 신고 초기 맹견의 기질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