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행정통합의 안갯속, 체육회는 관객이었나 주권자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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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행정통합의 안갯속, 체육회는 관객이었나 주권자였나

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 승인 2026-02-25 11:07
  • 신문게재 2026-02-2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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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법사위의 문턱에서 보류됐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급물살을 탔던 거대 담론이 여야의 대치 속에 갇히며 통합의 불씨가 타오를지 꺼질지 장담할 수 없는 완벽한 오리무중의 상태가 됐다.

당장 이번 주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 일정상 통합은 어렵다. 하지만 이 혼돈과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정작 뼈아프게 응시해야 할 곳은 정치권의 의사봉 소리가 아니라 지난 21개월간 우리 체육계가 보여준 직무유기에 가까운 방관이다.

1년 9개월 전 시·도지사의 구상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행정의 시곗바늘이 체육 현장을 향해 그토록 빠르게 돌아가는 동안 체육회는 철저히 뒷짐 진 관객이었다. 거대한 폭풍이 예고되었음에도 기둥 하나 보강하지 않은 채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던 수동적인 태도, 그것이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부끄러운 민낯이다. 행정통합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변수로 치부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가 결정한 후 사후 조정만을 기다리겠다는 안일함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 추진 시 마땅히 선제적으로 요구했어야 할 1+1=2의 예산 보장이나 360만 인구를 기준으로 한 타 시·도와 비교할 경우 닥쳐올 실업팀 및 학교 운동부의 구조조정 위협에 대해 체육회는 어떠한 논리적 방어 기제도 내놓지 못했다.

20조 원 규모의 파격적인 정부 지원 약속 역시 치밀한 생존 매뉴얼이 없이는 체육회와는 상관없는 허상일 뿐이다. 만약 이 안갯속에서 어느 순간 정치적 타결이 이뤄져 지금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행정통합이 강행된다면 우리 체육계는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거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될 것이다. 도심 밀착형으로 운영되는 대전과 광역 거점형으로 분산된 충남의 판이한 체육 환경은 심각한 구조적 충돌을 빚을 것이 자명하다.

단일 집중형 축제인 대전의 대축전과 숙박 순회형인 충남의 도민체전이라는 대회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도 마찬가지다. 이 아찔한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체육회가 정작 현장의 숨결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반대로 이번 주 법안 통과가 무산돼 당장의 통합과 효율화 압박을 피하게 된다 한들 '이제 살았다'며 안도할 때가 결코 아니다.

거대 담론이 현장을 들쑤시고 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것은 예산을 전적으로 지방비에 의존하는 체육계의 근본적인 현실이다. 그간 지방 체육회가 팍팍한 긴축 기조 속에서도 예산 증액을 이뤄낸 성과는 현장에서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절대적 의존 구조는 행정 부처가 언제든 효율화를 명분으로 예산의 메스를 들이댈 때 구조적으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정치와 예산을 논할 때 전전긍긍하며 사후 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포츠는 시민의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지만 정작 그 행정을 조율하는 체육회는 시민들의 인식과 삶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전격적으로 강행돼 거센 폭풍우를 맞든 무산되어 다시 숨을 고르든 이제 체육계 스스로 실무적 자강에 주력해야 할 때다. 정치가 우리 예산을 어떻게 할까 봐 늘 불안해하는 나약한 조직이 아니라 각 지역 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체육회가 있어 내 삶이 건강해진다"는 확고한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지켜주는 체육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당장 치열하게 매달려야 할 시대적 과제다. 행정통합 논의가 이대로 멈춰 선다 해도 지난 21개월간 우리가 보여준 방관을 성찰하고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로드맵을 완성한다면 이는 미래의 어떤 행정 변화나 외부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공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정치의 시간은 짧고 현장의 시간은 길다. 정치를 기다리는 체육이 아니라 시민의 공감 속에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는 체육으로 나아가자. 그 해답은 정치인의 책상이 아니라 오늘도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현장 속에 있다./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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