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면역세포, '방해 분자'만 치워도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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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면역세포, '방해 분자'만 치워도 강해져

포스텍 김원종 교수팀 새 기술 개발

  • 승인 2026-03-16 17:35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김원종 포스텍 교수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가 힘을 잃는 이유를 찾고 극복할 새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 화학과·융합대학원 김원종 교수 연구팀은 종양 주변에서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일산화질소를 제거하는 '세포 표면 공학' 전략을 개발했다.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추가 표지 논문(supplementary cover art)으로 게재됐다.

환자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T 세포 면역치료'가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꺼내 기능을 강화한 뒤 다시 주입해 암을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혈액암에서는 놀라운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폐암이나 췌장암처럼 덩어리를 이루는 고형암에서는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암세포 주변에 형성되는 특수한 환경, 이른바 '종양 미세환경'이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종양 주변에서는 다양한 분자들이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산화질소다. 이 물질은 면역세포 신호 전달을 방해해 T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마치 전투에 나선 병사가 짙은 연기와 독성 가스로 가득한 공간에서 시야와 호흡이 막혀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사진
이지혜 포스텍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해 분자'를 치우는 데 집중했다. 'NO를 선택적으로 붙잡아 제거하는 분자'를 T 세포 표면에 부착하는 전략을 고안했다. NO를 포획하는 분자를 '리포좀(liposome)'이라는 아주 작은 지질 입자에 담고, 이 입자가 T 세포의 세포막에 결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T 세포는 암 주변에서 생성되는 NO가 세포 내로 들어오기 전에 붙잡아 제거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T 세포는 종양 환경을 모사한 조건에서도 활발하게 증식하며 면역세포 특유의 활성 상태를 유지했다. 동물 실험에서는 종양 내부로 더 많은 T 세포가 침투했고 면역 반응도 강화되면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미세환경의 방해 요소만 제거해도 면역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김원종 교수는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도 종양 환경에서의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며 "궁극적으로는 고형암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면역세포가 더 강력하게 암을 공격할 기술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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