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디지털 금융 사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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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디지털 금융 사기와의 전쟁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 승인 2026-05-07 16:59
  • 신문게재 2026-05-08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장정훈(신규 사진)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한층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정교해진 '디지털 금융 사기'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는 더 이상 특정 연령대나 정보 소외 계층만을 노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설계된 시나리오와 딥페이크 등 첨단 기술은 전문가들조차 속일 만큼 고도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기관 사칭형' 범죄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고도화된 범죄로부터 우리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법적 방어막과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대전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발생 건수는 연간 600건에서 800건 사이를 오가며, 피해액 또한 매년 150억 원에서 200억 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전 시민들이 하루 평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재산을 범죄 조직에 빼앗기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찰이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통해 약 29억 원의 피해를 막아내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전체 피해 규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공공기관이나 자녀를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접근해 평생 모은 자산을 한순간에 잃게 만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이 범죄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범죄 수법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설픈 한국어나 조잡한 사칭에 그쳤다면, 이제는 지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그대로 모방해 급전을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고 알림이나 택배 배송 안내 문자를 통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스미싱'도 대표적이다. 일단 악성 앱이 설치되면 휴대전화의 정보가 통제되고, 경찰이나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자에게 연결되는 '전화 가로채기'까지 이뤄진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티즌코난', '피싱아이즈'와 같은 보안 앱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가 의심되거나 이미 송금이 이뤄졌다면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시 경찰청(112)이나 금융회사에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이어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를 통해 본인 명의 계좌를 일괄 정지하고 추가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 '엠세이퍼(M-Safer)'를 활용해 휴대전화 무단 개통을 막고, 신분증이 유출된 경우에는 분실 신고와 재발급 절차도 병행해야 한다. 초기 30분 내 대응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법적 대응 수단도 마련돼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별도의 소송 없이도 환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범죄 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자금을 신속히 세탁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회수가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계좌 명의자의 과실 책임을 묻는 등 추가적인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단순 착오송금이라면 예금보험공사의 반환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디지털 금융 사기는 일단 발생하면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안일함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모르는 링크는 클릭하지 않는다", "금전 요구는 반드시 본인 확인을 거친다"는 기본 원칙이 무엇보다 강력한 방어선이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보안 수칙을 생활화하고, 제도적 보완과 처벌 강화 역시 병행돼야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 또한 중요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결국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힘은 개인의 경각심과 철저한 대비에서 출발한다.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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